개혁되는 설 풍습

추도예배, 간소한 차례상으로 조상께 예 올려

가족모임, 여행으로 명절 대체하는 가정도 급증

~b2-5.jpg

25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 보내기' 행사에서 설빔을 입은 어린이들이 인사 예절을 배우며 웃어른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주자학의 거두 윤증 선생처럼 설의 참뜻을 이해하면 허례허식을 피할 수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조선시대 주자학의 거두 명재 윤증(尹拯, 1629∼1714) 선생의 후손들은 명절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윤증 선생이 자손들에게 '제상에 떡을 올려 낭비하지 말고 여자들 일손이 많이 가는 유밀과와 기름이 들어가는 전도 올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윤증 선생의 후손들은 밤, 대추, 감, 사과 등의 과일과 평소 먹는 음식으로 상을 차려 조상에 대한 예를 다하고 있다.

요즘 이와 같이 허례허식을 버리고 간소하게 설을 쇠는 가정이 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의 오승근(36) 연구원 가족은 매년 설날 아침 차례상을 차리는 대신 추도예배를 드린다. 올해는 설 다음날 여동생 식구와 함께 산정호수에서 설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오씨는 “명절 때는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도 하고 여행도 다니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때문에 명절증후군이란 말을 모르고 산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사업을 하는 최양미(60)씨네는 시어머니가 나서서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 수를 줄였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하는 게 낭비도 없고 간편해서 좋다는 생각에서다. 덕분에 일하는 최씨가 느끼는 명절스트레스는 예전 만큼 심하지 않다. 최씨는 “음식도 평소 먹는 것 위주로 해서 준비하는 데 덜 번거롭고 무엇보다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일을 줄여주니 설날이 와도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명절은 반드시 친가에서 보낸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대방동에 사는 회사원 정송미(29)씨네는 명절 때마다 외가로 간다. 아버지 쪽 친척보다 외가 식구들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정씨네 외가에서는 10년 전에 외삼촌들이 나서서 명절 허례허식을 없앴다. 음식낭비를 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자들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차례상도 차리지 않고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외식을 한다. “설날에 20명이 넘는 외가 식구들과 함께 밥 먹고 시간 보내는 것이 즐겁다”는 정씨는 “설날은 우리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일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백화점 카드 회원 9347명을 대상으로 '설'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4%가 설 연휴 때 '집에서 휴식'하거나 '문화생활을 할 것'이라 답했으며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답변한 사람도 19%에 이르러 '귀성해 차례를 지낸다'는 답변을 한 사람(12%)보다 많아 '설 풍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정림 기자ubi@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