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가족회의, 시어머니의 '평등명절'선언, 역귀향 실천

차례상 주문업체 활용 등에 여성단체 캠페인 위력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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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향미>

인천에 사는 맏며느리 이명진(43)씨는 올 설에도 시댁에 내려가지 않는다. 6년 전부터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부모님이 역귀향 하기 때문에 해마다 겪어야 했던 '귀향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외지에 살고 있는 3남 2녀의 형제 모두가 경기도에 내려가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회의를 통해 제사 및 차례를 장남과 셋째 아들이 거주하는 인천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시어머니가 가래떡과 식혜를 준비해 명절 전날 이씨 집에 오기 때문에 이씨는 시어머니, 동서와 함께 나머지 음식들을 준비한다. 시부모를 모셔오는 일은 차남 가족이 맡는다.

요즘에는 이씨처럼 주부들이 해마다 몇 차례씩 통과의례처럼 겪는'명절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줄이기 위한 가족 차원에서의 여러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다.'명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바로 '온 가족이 함께 명절을 준비하는 것'이다.

결혼 2년차 주부 조은혜(27)씨는 명절 음식을 형님 가족과 함께 나눠 미리 준비한다. 두부같이 변질되기 쉬운 음식은 시댁에서 시어머니, 형님과 함께 만들고 만두, 부침개 등은 형님과 의논해 각자 자신 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져간다.

김진숙(39)씨 가족은 지난해부터 가족회의를 거쳐 명절 음식을 남편, 두 아들과 함께 나눠 만들고 있다. 김씨는 “명절 때마다 음식 준비에 마음이 바쁘고, 허리도 아픈데 방안에 앉아 TV를 보며 음식상을 받기만 하는 남편과 사촌동생들과 어울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두 아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명절 음식 준비로 얼마나 힘든지 입장을 설명하고, 가족이 함께 준비하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설에는 두부부침, 동태전, 녹두부침개를 남편과 자녀가 함께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시어머니가 앞장서서 명절 문화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여성포털 마이클럽의 ID'pie314'씨는 종갓집 장손과 결혼한 친구 이야기를 전한다.

결혼 후 처음 제사가 있던 날 시어머니가 음식 준비를 다 하고 가족 앞에서 “결혼하고 35년 동안 이렇게 제사를 모셨다. 이제 나도 며느리가 생겼고,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시어머니가 되었으니 이젠 할 말을 해야겠다”며 “앞으로 제사상에는 꽃과 과일만 올리고 참석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요리를 한 가지씩 준비해 오기로 한다”고 공표했던 것이다. 친구는 지금껏 '명절 스트레스'없이 종갓집 며느리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99년부터 2004년까지 평등명절 캠페인 '웃어라, 명절!'을 진행해온 한국여성민우회 오정아 정책실 팀장은 “한 회원 가족의 경우에는 그동안 수고해 온 큰 형님을 쉬게 하고 다른 형제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장남, 시댁에서만 명절을 보내야 한다는 사고가 점차 바뀌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차례상 주문을 통해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차례상 주문은 보통 20여만원 정도가 소요되며 명절 당일 전날 배달로 받거나 차례상 업체에서 직접 찾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최초로 98년부터 제사음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례원 관계자는 “30∼40대 강남 주부를 중심으로 50∼6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부들이 차례상을 주문하고 있다”면서 “인력 관계 상 이번 설 차례상은 기존 고객들에게만 한정해 1월 21일 이미 300상의 예약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설을 맞아 여성민우회는 '웃어라, 명절!'캠페인에서 온 가족이 명절 계획 세우기, 형제자매, 시댁과 친정 구분 없는 명절 보내기 등 평등한 명절문화 바꾸기 운동을 진행했고, 서울시 용산구·숙명여대 건강가정지원센터는'온 가족이 즐거운 양성평등한 명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남편, 자녀와 함께 간소한 상차림 준비, 윷놀이, 투호놀이, 볼링, 공원산책 등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여가 활동, 양가 가족 방문 등의 실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임영현 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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