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 소송에 제일기획 광고 거부 등 사건해결까지 똘똘

전문가 “대중산업 성장 불구 문화노동자 평가 부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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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연예인X파일 사건과 관련해 열린 한국방송연기자노조 기자회견에서 김민선(가운데)씨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국내 연예인 99명의 신상정보와 소문을 담은 이른 바 '연예인 X파일'사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들에게도 미칠 수 있는 개인 신상정보 유출에 대비한 개인정보보호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가 근거 없는 정보들을 수집해 사실확인 절차 없이 회사 내외의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했다”며 양 사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파일을 제작, 유포한 담당자를 1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소했다. 또 비대위 소속 45개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365명은 이 사건이 완전 해결될 때까지 제일기획에서 기획·제작하는 광고에 일절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대위는 2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소송은 금전적 보상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이번 사건은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개인정보 침해 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서 형사 고소에는 59명의 연예인이 참여했으며, 이에 속하지 않은 피해 연예인들은 수백억원대의 민사소송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향후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 외에 인터뷰에 응한 기자와 방송사 관계자 10여명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하기로 해 사건을 둘러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논란의 핵심은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제작한 '광고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심층 인터뷰'보고서로, 보고서에는 국내 연예 전문 기자들의 입을 통한 유명 연예인 100여명의 신상정보와 사생활,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소문이 적나라하게 수록돼 있다.

이번 사건의 파장으로 대중문화 산업에 일반화된 연예인의 상품화와 연예인들의 노동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당 스타들은 대부분 문화영역에서 자기의 페르소나(persona)를 구성하기 위해 일정한 과정을 거쳐 기획된 상품이자 그들 스스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이룬 문화노동자인데 이런 과정이 비공식적, 임시적, 자의적인 평가체계로 인해 가차없이 희화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삼성이라는 파워를 업고 있는 광고회사가 스타에 대한 평가체계를 만드는 방식이 이렇듯 소문을 수집하는 것이란 점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문화노동자가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여성연예인 인권상담소를 추진 중인 오한숙희씨는 “연예인 한 두 명에 대해선 간과하다가 숫자가 늘어나니 (사람들도)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사람을 생각하는 의식을 높이고, 연예인들도 사회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연구한 민주노동당의 윤현식 정책연구원은 광고회사의 수집 의도와 수집행위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제일기획이 기업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의도로 정보를 수집한 것 자체가 문제인데,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이번과 같은 집단 손해배상청구도 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집에 나선 제일기획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윤 연구원은 또 이처럼 개인의 정보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이용되는 측면에 대해 “유럽에선 개인정보를 잘 보호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이를 마케팅 메리트로 활용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마인드가 없어 기업들이 선전 효과를 놓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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