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뒹굴며 씨름 말고떠나라, 교외로 시골로엄마도 아이도 야호~

12월 20일 마지막 학기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새벽바람을 맞으며 학교를 향하여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지켜보지 못하다가 12월 21일부터 “학교 잘 갔다와라”라고 배웅도 하며 우아한 엄마 노릇하는 폼도 잡아봤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면 작전 개시! 나는 두꺼운 겨울이불 속으로 다시 누워 한동안 수면부족과 만성피로로 시달린 체력을 보충하기 시작하였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을 무렵 막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아이들은 내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학교를 마친 후 숨이 턱에까지 차서 집에 도착하여 당당하게(?) 엄마를 연신 불러댔다. 에고, “그래, 나간다. 기다려!”

“(실망스런 얼굴을 애써 숨겨가며) 근데 왜 이렇게 일찍 오는거야?

“네. 오늘부터 방학식 하는 날까지 점심만 먹고 그냥 집에 오는 거예요”

“(실망한 얼굴빛을 끝내 숨기지 못하고서) 뭐야?”

“엄마, 오전에 TV도 못보고 컴퓨터도 못하면 뭐해요?”(당황하며) 응? 책을 봐야지”

“(20분 지나서) 엄마, 다 읽었어요. 심심해요” 아이들은 오전의 무료함에 몸부림을 친다.

“엄마, 이제 저 컴퓨터 써도 되죠?” “저는 오빠 하고 나면 저 할 거예요” “엄마도 이메일 체크도 해야 하고 봐야 할 것도 있고 그렇단 말이야” 나는 컴퓨터 한 대를 두고서 아이들과 싸움 아닌 싸움을 해야 하고 가끔씩 몰고 오는 친구들에 넋이 나가 있기 일쑤였다.

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뭘 해야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머니인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방학한 지 채 일 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런 갈등에 휩싸이게 되었던 것이다. “맞았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선배와 후배, 친구들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나는 전화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언니, 그동안 연락도 못해서 미안해요. (갑자기 화제를 바꿔서) 언니, 제가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도 될까요? 호호. 그럼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기차 타고 아산에 내려갈게요” “수경아, 잘 지냈지?”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고 나도 오랜만에 친구, 선후배와 만남의 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미 두 번의 주말을 충남 아산과 대전에서 잘 보내고 올라왔고 이번주엔 분당에 사는 외삼촌댁에 아이들만 2박 3일 일정으로 보낼 예정이다. 아이들은 강아지가 있는 외삼촌댁에 가서 사촌들과 놀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있고 나는 황금 같은 금·토·일 일정을 자유롭게 보내기 위한 일정을 짜느라 바쁘다. 아이들아∼ 잘 갔다 오너라. 엄마는 주말에 자유부인이 되마.

조주은/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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