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조직에 밀려 수적 열세 악순환

기초 2.2% 광역 9.4% 그쳐

“내 집 앞 쓰레기 문제, 교통 문제 등 일상 생활을 바꾸려면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말도 있듯,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름길은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당위성은 이런 이유에서 제기되었고 그 결과 지난해 39명의 여성 국회의원 배출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여성 국회의원 수는 늘었지만 주민들의 생활 정치를 맡고 있는 지방의회에서 여성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각 동에서 주민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기초의회의 경우 여성 의원 비율은 전체 2.2%에 불과하다. 서울시, 부산시 등 광역의회도 여성 비율은 9.4%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1년 지방의회 선거가 시작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는 배제돼 있다. 98년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 수는 전체 지방의원 수 4180명 중 97명으로 2.3%에 지나지 않았다. 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여성의원이 2.2%를 차지한 것에서 겨우 0.1% 늘었다. 광역의원만 따진다면 전체의 5.9%(41명), 지역구 의원으로는 2.3%(14명)밖에 여성이 당선되지 못했고 충북에는 여성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각 정당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나 여성 유권자 수를 감안한다면 지방자치단체 운영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수는 기형적으로 적다.

여성들의 기초, 광역의회 비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돈과 조직의 문제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세인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정당활동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떨어진다. 현재까지 기초의원 선거는 정당공천이 필요 없지만 암암리에 정당의 내천이 이뤄지고 정당의 지원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6년부터는 후보자들이 소속 정당을 표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정당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당들이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내천하는 것이 여성 의원 수 증가의 주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소속 정당의 여성 후보 지지

기초의회보다 광역의회에서 여성 비율이 높은 이유는 현재 광역 의원 10명당 1명은 비례대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비례대표에 여성을 할당하고 있는 제도 덕이다. 기초의회 의원이 되려면 후보자로 출마해야 하고 선거에서 주민들의 표를 많이 얻어야 한다.

홍보전략이 당선 변수될 듯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은 “선거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강력한 여성 할당제 또는 우대제가 실시돼야 한다”며 “미국은 중앙당이 후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홍보전략과 후보가 선거자금을 모으는 방법까지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수 한양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방의회에 여성들의 수가 많은 일본의 경우,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주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지방의회 의원이 되는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기초, 광역 의원들은 이익단체의 단체장만 아니라면 겸직이 가능하다. 기초 의원들의 경우 한 달에 약 157만원, 광역 의원들은 280만원 정도의 의정활동 지원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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