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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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빈마을 학살사건을 증언하는 하티 호 이(오른쪽)와 응우옌 티 마이.

베트남전, 한국전쟁, 이라크전 등 전쟁 상황 속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모습은 늘 '피해자'다. 전쟁 속 여성은 전쟁 와중에서 가족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거나, 침략군의 강간 피해자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초췌한 모습으로 그려져 왔고, 현재도 그렇게 그려지고 있다. 시민단체 '열린 네트워크 나와 우리'에서 인권문제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문제를 연구한 저자 김현아씨는 “전쟁 속에서 여성들은 철저하게 남성들의 공간에서 보이지 않거나 왜곡되어 드러난다”며 “이러한 왜곡된 기억들은 여성들을 더욱 억압과 지배 구조에 묶고, 남성 지배를 공고화한다”고 단언한다. 이에 저자는 여성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성의 언어로 폭력을 폭력이라고 명명하고 그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의 언어를 만들어낼 때, 평화는 현실적인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99년부터 2004년까지 베트남 답사를 바탕으로, 2002년 한국전쟁을 경험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전쟁을 겪은 여성의 기억을 '여성의 시각'으로 기록한다. 베트남인 세 사람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전 당시 응옥은 '베트콩의 마누라'라는 이유로 한국군에 의해 윤간을 당했다고 한다. 여성이 여성 그 자신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남성에 의해 규정지어졌던 것이다. 악몽 같은 시간이 흐른 뒤 응옥은 베트콩 유격대에 지원해 부상자를 위한 식량을 조달하다 미군의 총에 맞고 숨졌다. 마산의 황점순 할머니는 한국전쟁 직후 이승만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국민보도연맹원 집단학살 과정에서 남편을, 50년 8월 미군에 의한 곡안리 민간인학살 사건으로 아들을 잃고 평생 혼자서 살아왔다. 이와 함께 전쟁의 후방 조력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한국의 정순덕, 변숙현, 박순자 등 여성 빨치산과 베트남의 프랑스 식민시대(항불시대), 베트남전(항미시대)의 여성 영웅의 사례를 소개한다. 김현아 글/여름언덕 출판사/1만2000원

임영현 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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