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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순

국회 여성위원회 입법심의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바라보는 2005년은 여성정책에 관한 한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한다. 39명의 여성의원은 모두 다는 아닐지라도 여성정책에 하나 이상씩 새로운 '밀알'을 뿌렸고, 땀을 섞었다. 존재 자체가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힘이었다.

국회에서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 의제는 늘 여·야 여성의원들의 공동 숙제다. 그래서 여성정책의 90%를 다루는 여성위원회를 소개할 때면 '여성위원회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공감대와 전통이 있다'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곤 한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여성과 평등의 이름으로 연대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했고, 유효했다. 아니 어쩌면 본격적인 시작일는지 모른다. 그것은 다양성과 선택의 21세기에, 정당 정치의 발전을 무지개처럼 희망하면서 좀 낡은 개념이 되리라 혼잣말로 섣불리 예단했지만 정책의 현실은 여성을 위한 특별한 전략과 마주 잡은 손을 여전히 요구했다.

2004년 여성정책 3대 현안이었던 성매매 방지, 보육정책 그리고 호주제 폐지 논의가 국회 안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게 된 데에는 여와 야, 그리고 여성과 남성을 함께 묶어 낼 수 있는 연대 속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위원회 12명의 여성의원과 4명의 남성의원은 또 다른 상임위인 교육위, 문광위, 정무위, 재경위, 행자위 등에서 여성인권과 양성평등 의제를 날카롭게 지적했을 뿐 아니라 입법 활동의 메인 테마 중 하나로 삼았다. 여성 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이 각 부처 국정감사를 할 때 여성공무원들의 승진, 보직이 형평성 있게 주어지기를 모두 함께 지적하자는 편지를 손수 보내기도 했다. 또 여성위원회 위원들은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 여성 국회의원이 포함되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뿐이 아니다. 민주노동당 10명의 국회의원 전원의 여성주의 국정감사 선언과 실천은 국회 활동의 성 주류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을 불문하고, 성별을 불문하고 호주제 폐지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소회의실을 하루 종일 지켜보거나 다녀간 의원들은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이라는 물레에 이미 저마다의 씨줄과 날줄을 걸고 있었다.

여성정책에 국한해 보면 희망은 연대 속에서 싹을 틔워 왔다는 점이다. 여성의 재생산 권리의 확보 등 남은 여성 의제가 온전히 그리고 제대로 드러나게 될 때까지 정당정치를 넘어선 연대는 여전히 필요조건이다. 연대는 여성의 이름으로 이뤄지지만 이 연대는 이미 여성들만의 것은 아니다. 17대 국회에서 인권과 평등에 대한 공감은 성별과 당을 넘어서고 있다.

여성정책도 정당의 정책적 입장에 따라 자신들만의 해법을 자랑스레 선보일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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