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끄트머리에서 돌아보는 올 한 해는 어떤 해로 기억될까.

엠파스,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에선 탄핵, 웰빙, 로또, 김선일 등이 상위권 랭크 인기 검색어로 꼽혔다. 올해는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힘'이 한껏 발휘된 해였다. 지난 3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후 이에 반발하는 네티즌들과 386세대는 17대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또한 최근에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의 반인권적 수사를 강력히 비난해 수사 경찰의 교체를 이뤄내 네티즌들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라크 파병 논란 한가운데서 터진 김선일씨 피살사건은 국제사회에서 한국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체감케 한 사건이었다. 부유층 노인과 여성들을 연쇄살해한 유영철사건과 서울 서남부 지역의 연쇄살인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재현으로 여겨져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밤늦게 다니는 여성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여성계는 역공으로 안전한 밤거리 문화 정착을 위한 '달빛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1월 치러진 수능에서 학생들의 휴대폰을 이용한 부정 사건은 결과지상주의와 디지털 혁명이 결합돼 나타난 것이다. 근본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과 대학 입시제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문화적으로는 일본을 강타한 욘사마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80년대 일본 호황기의 감수성을 닮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와 함께 떠오른 욘사마 열풍은 그동안 억눌린 삶을 살던 일본 주부들의 자기 욕망의 적극적 표현이고, 전형적인 일본 남성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다.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원장 손대현) 최고엔터테인먼트과정은 최고엔터테인먼트 과정 수강 CEO들을 대상으로 '제2회 enCEO가 뽑은 올해의 가장 기쁜 일, 불쾌한 일'을 발표했다.

조사결과 올해의 기쁜 일로는 1위 욘사마를 비롯한 한류 열풍, 2위 김기덕 감독의 '빈집',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등 한국영화의 세계적 열풍, 3위 삼성 애니콜 브랜드의 세계적 약진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불쾌한 일 1위엔 고구려·독도 역사왜곡, 2위엔 대입 수능부정, 3위로는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이 꼽혔다.

이와 함께 네이버 2004년 상반기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한 로또는 경제적 불황이 심화됨에 따라 서민의 인생역전의 꿈은 계속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웰빙 트렌드는 불량 만두, 조류 독감 등의 충격으로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블로그 열풍으로 기존 '카페'로 대표되는 집단 커뮤니티가 개인 커뮤니티로 전이하는 양상을 보였다.

임영현 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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