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사는 11월 26일 여성계 인사를 주축으로 한 편집위원회(위원장 박혜란 여성학자) 회의를 열고, 2004년을 돌아보며 여성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올해 10대 여성계 뉴스로 선정된 것으로는 여성정치세력화 운동, 성매매방지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 여성부 보육업무 이관 및 가족부로의 확대전망, 헌정사상 '첫'여성대법관 탄생, 부부 사이 '성추행'성립 첫 판례화, 밀양 성폭행사건 전국 강타, 아테네올림픽서 우먼파워 과시, 여성 일자리 갖기 운동 가시화, 여성운동계 내부 다양화 논의 본격화, '호주제 폐지'연내 처리 무산 등을 꼽았다. 이날 회의에는 박혜란 여성학자,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한우섭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나도선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등 대표적 여성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애량 여성부 기획실장, 황인자 서울시 복지여성 보좌관이 객원 인사로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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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안주호

여성의원 39명 배출 당대표·상임위장까지

여성정치세력화 '활짝'

94년 8월 여성단체협의회, 여성단체연합 등 대표 여성단체들이 참여해 결성한 '할당제 도입을 위한 여성연대'로 본격화된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은 그 10년 뒤인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여성의원 39명, 13% 배출이란 결실을 보았다. 이에 앞서 2003년 8월 17대 총선 대비 321개 여성단체 연대체 '총선여성연대'가 , 2004년 초 여성리더들이 총망라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결성됐다. 특히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는 한국판 '에밀리 리스트'라 할만한 추천 여성후보 101인 명단을 전격 발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면서 이 명단 속 후보들이 주요 정당에 후보로 적극 추천되는 결과를 낳았다.

17대 국회에선 개원 역사상 처음으로 복수 여성 상임위원장이 탄생, 17개 상임위원회 중 3개 상임위의 위원장이 '여성'으로 선출됐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여성할당 30%' 주장에 힘입어 김희선 의원이 정무위원장에, 이미경 의원이 문화관광위원장에 임명됐다. 한나라당의 경우, 경선을 통해 김애실 의원이 여성위원장에 선출됐다. 당 대표 선출에도 여성정치세력화가 계속 이어져 7월 19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42%의 지지율로 대표로 재선됐고, 이에 앞서 6월 6일 열린 민주노동당 전당대회에선 김혜경 부대표가 64.36%의 득표율로 새 대표로 선출됐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남성중심 성문화 도전

탈성매매여성에 새 삶

우리 사회에 최대 문화충격으로 떠오른 성매매방지법은 9월 23일 시행 이후 성욕해소론부터 좌익정권 색깔론, 경제위기론 등 법에 대한 궤변적 문제 제기와 국가인권위에 남성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일부 남성들의 진정서 제출까지 있었다. 또 김강자 전 총경을 주축으로 공창론이 제기됐고,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들이 '생존권'을 이유로 여의도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여성단체에 항의 방문하는 등 만만치 않은 반발에 부닥쳤다.

그러나 10월 7일 20여개 시민사회여성단체가 성매매방지법 사문화를 부추기는 일부 여론을 경고하며 정부에 엄정한 법 집행과 성매매 피해여성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11월 17일 한국여성학회 소속 여성학자 124명이 선언문을 채택해 성매매방지법 시행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후 18일엔 전국 255개 시민사회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성매매 없는 사회 만들기 시민연대'가 서울 명동에서 발대식을 가진 후 성매매 방지 캠페인을 벌였다. 여성부는 인천과 부산의 성매매 밀집 지역을 탈성매매 시범 지역으로 선정하고, 탈성매매 의지가 있는 여성들에 한해 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여성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의료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여성위원회 심의안을 통과한 여성부 예산 6565억원 중 125억원이 탈성매매 여성 지원사업비로 할당됐다.

여성부 보육 '지휘봉' 예산도 전년비 50% 늘어

여성가족부 탄생 교두보

지난해 정부조직법중개정법률안 국회통과에 따라 올해 6월 12일 여성부에 보육업무가 정식 이관됐다. 이는 여성부의 향후 청사진인 여성·가족부로의 발판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보육정책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여성부 조직 개편안이 5월 1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고, 이에 따라 기존 여성정책실은 기획관리실과 여성정책국으로 이원화되며, 대외협력국은 폐지되고 기존 업무는 기획관리실 권익증진국으로 이관된다.

여성부는 현행 1실3국2관12과에서 1실(기획관리실)4국(여성정책국 보육정책국 권익증진국 차별개선국)으로 개편됐고, 직원 수도 23명 증원된 145명이 됐다. 여성정책국장직은 개방형 직위로 공모돼 윤영숙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이 발탁됐다.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은 여성부의 기존 예산을 대폭 증액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가져왔다. 11월 25일 국회 여성위원회(위원장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 심의를 통과한 2005년 여성부 예산안 편성을 살펴보면, 총 6565억원 가운데 보육 예산은 전년 대비 50.1% 증가한 6077억원으로 전체 여성부 예산의 92.5%에 달한다.

한편 청소년 업무가 총리실 산하 청소년위원회로 이관되고 여성부가 각 부처의 가족정책을 조정, 지원·평가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됨에 따라 성평등한 가족정책 실현에 여성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첫 여성대법관 탄생 사시 20회 김영란씨 임명

소수자 권익 판결로 주목

사법계에 부는 우먼 파워 강풍과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시민·여성운동계의 지지에 힘입어 헌정사상 첫 여성대법관이 지난 8월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영란(48·사시 20회)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남편은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강지원 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아내의 대법관 후보 임명 직후부터 외조를 위해 일체의 시사프로그램 진행 등 외부활동을 중지한다고 밝혀 또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영란 대법관은 국회 인준 전 8월 11일 인사청문회에서 호주제 연내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피력하는 한편, 사형제도 폐지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에 관해 진보적 의견을 제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판사 시절부터 '왕따'학생 사건 등 소수자 권익을 대변하는 판결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헌정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관(전효숙 재판관)이 탄생했고, 지난 6월엔 조희진(사시 29회) 법무부 검찰국 연구검사가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첫 여성 부장검사를 기록하는 등 사법계의 우먼파워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부부 성추행' 인정 70년대 판례 깨고 유죄

'부부강간' 법제화 탄력

8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 재판부(부장판사 최완주)는 2002년 9월 아내를 강제 성추행하고 상해를 입혀 불구속 기소된 남편에 대해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당초 남편이 헌법소원을 할 예정이었다가 항소를 포기해 아내 강제 성추행에 대한 '유죄'첫 판례로 남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결혼한 부부가 배우자의 성관계 요구에 응할 의무는 있지만, 그렇다고 성적 자기결정권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배우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제할 수도 없다”는 명시와 함께 “이번 판결은 부부 사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기에 강간에도 준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70년대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반박, “이혼, 별거 상태가 아니더라도 부부강간이 성립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그동안 여성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성폭력특별법이나 가정폭력방지법에 부부강간 조항을 넣자는 법제화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반인권적 수사·보도에

성난 넷심 촛불시위까지

10대 남자 고등학생 41명에 의해 자행된 여중생 집단성폭행사건은 12월 한 달간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사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피해자 가족의 비공개 수사 요청을 무시했으며 더 나아가 얼굴을 맞댄 상태에서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지목하도록 해 보복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등 반인권적 행태로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밀양성폭력사건대책위를 구성해 경찰서를 항의 방문하는 등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인터넷 덕분에 성폭행 문제는 울산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될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과정과 언론보도 행태에 반발해 밀양집단윤간사건대책위를 구성, 거리에서 촛불 시위를 열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활동은 구속 수사자의 확대,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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