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성폭력 사건에 이어 부산에서도 초등학교 남학생 3명이 상급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폭력 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어려지는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12세 미만의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동·청소년 성폭력피해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아동센터가 전화와 내방을 통해 실시한 상담 결과에 따르면, 전체 210건의 상담 가운데 7∼19세 미만의 성폭력 가해자가 28건으로 21%를 차지하고, 7세 미만의 가해자도 4%에 달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형법이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사책임을 면해주고, 소년법에서 12세 이상 14세 미만 범죄자를 촉법소년으로 규정해 보호관찰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범죄 연령이 낮아지는 최근의 경향으로 14세 미만 강력 범죄나 12세 미만 상습 범죄자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12세 미만 범죄자 대책 필요…소년법 8세 이상부터 적용을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23일 국회헌정기념관 강당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인권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재 12세 미만 성폭력 범죄자는 어떤 처벌, 보호조치, 강제적 개입도 받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범죄행동의 원인을 치료, 해결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 교수의 주장은 현행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12세 미만 아동의 범죄행동을 정서적 학대나 방임 등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아동 본인이나 부모의 동의 없이도 위탁가정이나 보호시설에 보호 위탁하는 한편 전문적인 행동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 교수는 또 “소년법을 개정해 촉법소년의 범위를 10세 이상이나 8세 이상으로 늘리고,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를 포함한 소년범에 대해 보호관찰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령 낮아지고 재범률도 높아 가해자 교정·교육 의무화해야

한편 여성단체들은 아동성폭력에 비해 신고율이 낮고 재범률이 높은 청소년 성폭력에 대해 가해자 대상 교정 프로그램을 법적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현정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현재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교정할 수 있는 조치가 전혀 없다”며 “성폭력특별법 안에 가해 청소년 교정·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하는 법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만 내일청소년상담소 소장 또한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경찰 단계에서 훈방 조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에서도 사건을 덮어두려 하거나 가해 청소년들을 화장실 청소를 하게 하는 데 그치기보다 외부 상담소에 의뢰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여성부는 성폭력 가해자 대상 교정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 하반기부터 성폭력상담소 등을 통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적 강제가 아니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정 치료 프로그램은 보호처분을 받았거나 처분과정에 있는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가 대상으로, 여성부는 14세 미만 성폭력 가해자도 이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성폭력 관련 여성단체들은 법적 의무화를 요구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 운영을 주문하고 있다. 정유석 한국성폭력상담소 인권국장은 “가해자 대상 교정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어떤 시각에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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