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축복·사랑 전파하는 '여성'산타들

YWCA·구세군·함께 사는 사람들 등… 소외 이웃 돕는 일에 앞장서

어린이 크리스마스 잔치, 기금 모금, 무료급식으로 이웃사랑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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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남희석씨가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해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의 큰 선물을 선사했다. <제공 서울YWCA>

인간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그래서 그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는 축복과 사랑이 넘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자신만의 길을 바라보며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도 이맘때가 되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된다. 특히 여성들이 모인 곳에선 이런 정서가 한층 강하다.

YWCA에서는 국제협력부 주최로 매년 외국인 노동자나 소수민족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한몽골학교를 직접 찾아가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어린이 크리스마스 잔치'라는 이름으로 지난 11일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과 재한몽골학교 어린이들, 펄벅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는 혼혈아동, 그리고 가락복지관의 결식 아동을 위한 크리스마스 잔치를 치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준비된 이 날 파티는 서울 YWCA회관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다 함께 캐럴 부르기, 구연동화, 만돌린 연주, 합창단 노래가 이어졌다. 개그맨 남희석씨가 산타할아버지로 분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YWCA의 박은경(30) 간사는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이 됐다. 이제는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그들의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번 파티를 준비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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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의 크리스마스에는 국경도 인종차별도 없다. '어린이'이기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된 크리스마스 잔치. <제공 서울YWCA>
또 박 간사는 “형이나 누나, 오빠, 언니를 따라온 서너살 짜리 동생들도 즉석에서 참가할 정도로 어머니들과 아이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며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웃사랑 실천에 구세군 또한 빠질 수 없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길거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 냄비. 매년 12월 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시종식을 시작으로 전국 76개 지역, 213곳에서 자선 활동을 해온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은 올해로 76주년을 맞았다. 빨간 제복을 입고 종을 흔드는 구세군 사관의 대다수가 여성들로 본부 조직 50여명 사관 가운데 반 이상이 여성일 정도다. 작년 한 해 동안 약 23억원의 성금을 모금했으며 올해 목표액은 24억원. 이렇게 모아진 모금액은 저소득 시민 구호사업과 심장병 의료지원, 복지시설 구호 및 지원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구세군의 양심경 사관은 “어려운 사람 마음은 어려운 사람이 더 잘 안다”며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자선냄비 앞에서 머뭇거리다 1만원 짜리 한 장을 넣고 수고한다고 인사해줬을 때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 자원봉사)단체인 '함께 사는 사람들'은 96년 전국 243개 시, 구, 군에서 소년소녀가장돕기운동으로 시작돼 지금은 소년소녀가장과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과 청소년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이 주부, 대학생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매일 점심시간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노인들을 위해 제공되는 무료급식은 100% 20여명의 주부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이뤄진다. 무료급식 봉사에 매일 참여하고 있는 주부 이순이(48)씨는 “애들 다 크고 남는 시간을 보람있게 써보자는 생각으로 봉사를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라며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거나 잘 먹었다고 등을 토닥거려주실 때 힘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사회교육을 전공하고 함께사는사람들에서 간사로 근무 중인 유은정(26)씨는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공부방에는 여학생 선생님이 대다수”라며 “남을 위하는 사랑 실천에는 남녀 구분이 없지만 여성봉사자가 많은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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