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홈피 음란물·여성비하 30%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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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사이버 성희롱의 실태 및 대책 세미나 토론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이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음란물, 여성비하 내용의 심각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사이버 성희롱이 여성의 사이버 공간에의 참여를 차단하는 등 인터넷 사용 권리를 침해하는 '폭력'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정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상임전문위원이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735개 공공기관 게시판 담당자 중 186개 기관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관리자들이 삭제한 게시판 내용은 '음란한 내용'(18%)과 '여성비하'(12%)가 30%를 차지해 공공기관 내 사이버 성희롱으로 인한 여성 네티즌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희 국회 입법정보 연구관은 8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여성부 주최로 열린 '사이버 성희롱의 실태 및 대책'세미나 토론회에서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사이버 성희롱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행해지고 직접 접촉이 없어 심각성이 덜하다고 생각하지만 컴퓨터 활용도가 높은 만큼 여성의 입장에선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관은 “포르노는 이론, 강간은 실천이란 말이 있듯이 사이버 성희롱이 이론이면 실제 성희롱은 실천”이라며 “현실에서의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 사이버 성희롱에 대한 예방과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공공기관의 게시판 외에 영리 목적의 민간 사이트에 나타난 여성 인권 유린과 성폭력 실태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보현 사이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이버 성희롱에서 '희롱'은 성적 괴롭힘과 그로 인한 인격 침해의 뜻을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이버 성폭력이라 칭하는 것이 맞다”며 “'쌍방향' 사이트의 사이버 성폭력 실태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관리자 87% “온라인 피해 '현실' 못지않다”

일반사이트는 관리 '사각'…단속 등 예방 절실

한편 남 전문위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성희롱이 현실 성희롱보다 피해가 적은가'에 대해서는 관리자의 87%가 '그렇지 않다'거나 '전혀 아니다'라고 답해 공공기관의 게시판 관리자들이 사이버 성희롱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 전문위원은 “사이버 성희롱의 심각성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미약하고 동시 다발적 공개로 네티즌에게 충격과 수치심을 안겨주는 한편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반복 가능성과 피해자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티켓 등 이용자 교육과 사이버 성희롱 신고 및 상담서비스의 적극적 이용,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성희롱 및 게시물 관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라북도 성희롱 예방 '전도사'

-전라북도 여성정책과 성희롱 예방담당 이리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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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에서 성희롱 사건 신고가 없는 이유는 문제삼을 만하지 않거나 '내가 참아야지'라는 두 가지 생각 때문입니다”

여성부가 전국의 광역·기초단체와 국가기관 317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도 성희롱 예방조치 우수 기관 가운데 대상을 받은 전라북도 여성정책과 성희롱예방 담당자 이리나(39·사회복지 7급)씨는 2000년까지 전국에서 최하위권에 속하던 도의 성희롱 예방교육 참석률을 90% 이상으로 올려놨다.

여성부 선정 우수기관 뽑혀...도지사가 4급 이상 직접 교육

4년 전부터 성희롱예방 업무를 해온 이씨는 도의 4급 이상 직원과 5급 이하 직원을 분리한 성희롱 예방 교육안을 만들어 4급 이상 직원은 도지사가 직접 교육을 하도록 했다.

“한 두 명만 안 들어도 사고가 나는데, 도지사님이 직접 강의를 하니 참석률이 100%더라고요. 강의자료를 만들어서 미리 지사님께 보여드렸더니 '속았다. 나를 교육시키려고 했구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몇 해 전 의정부의 한 군부대에서 동성애 성희롱 피해자가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자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해오고 있는 이씨는 지난해 7회, 올해 16회에 걸쳐 4000명 가량의 군인들을 만났다.

군부대에서 실시한 22회 가량의 무료 교육으로 감사패까지 받은 그는 “가정에서 양성평등의식교육이 잘 되면 성희롱 예방 교육은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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