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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영

울산대 수학과 교수,

여성수리과학회 부회장

오랜만에 가까운 청계산을 갔다가 약수터에서 옥녀봉으로 올라가는 좁은 샛길이 제법 넓어진 것을 발견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진 탓일 것이다. 아마 수년 후면 이 샛길에도 이정표가 붙겠구나 하면서 여성의 과학계에 좁은 샛길조차 없던 시절에 온 몸으로 길을 만든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 중의 한 사람인 소피아 코발레프스키.

19세기 러시아의 수학자로서 유럽의 최초 여성 대학 교수가 된 그녀는 수학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작가로서,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면서 그 당시 러시아 지성계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여자의 대학 입학조차 금지되었던 러시아를 떠나 서유럽으로 오면서 최초의 여성 박사,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된 그녀의 삶 자체는 현실에 있는 바리케이드를 내면의 불도저로 밀면서 길을 닦은 투쟁이었다. 여자는 절대 수학자가 될 수 없다는 사회적 통념과 싸워 승리한 그녀는 그 당시 사회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민중과 함께 하는 지성인들의 보나르드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19세기 사회주의 운동에도 함께 하며 희곡을 쓰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게 여성 과학자는 더 이상 낯선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요즈음의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여성들의 이공계 진출은 기회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여성들이 더 이상 자기 계발을 못하고 주저앉았지만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사회의 주변존재가 아니라 주체로서 사회에 깊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특별히 여성 과학자들의 순수한 지성이 연구실에만 묶여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

“인생의 모든 것이 빛을 바래 의미가 없어 보일 때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수학의 세계가 있어 기쁘다”고 한 소피아 코발레프스키도 아마도 그만큼 세상을 사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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