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로 본 2004 수능 파동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개인 행동은 제도보다 사회적 관행에 좌우돼...입시제도 탓 그만해야

수능 부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 학교 학생들이 그렇게 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놀라운데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형태의 부정이 있었고 거기에는 상위층 학생까지도 가담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착잡한 심정이 든다.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이렇게 지능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처방식이다.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행 대입시험제도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현행 대입시험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논의가 나타나고 일각에서는 그러한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해서 죄는 처벌을 받아야하겠지만 심정적으로 동정심을 가진다는 한 국회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를 듣고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어떻게 부정행위를 한 학생이 현행대입시험이라는 구조적 모순에 처해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가 정치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 차라리 모든 것을 점수로 환원해서 판단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결과만능주의를 비난하면서 학생들에게 심어진 결과만능주의를 개탄하면 했지 한 번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행 대입시험제도 때문에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수능부정 행위는 구조와 개인 간의 오랜 기간 습득된 어떠한 행위방식으로 보아야 한다. 제도와 개인의 행동사이의 관계를 아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부르디외(Bourdieu)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엄격한 합리성과 계산을 근거로 행해지기보다는 일정한 기억과 습관 그리고 사회적 전통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사르트르류의 개인의 행동은 외부적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존적 결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하는 실존주의 철학이나 개인의 행동을 사회적 규범과 규칙에 따르는 것으로 여기는 레비스트로스(Levy-Strauss)류의 구조인류학적인 설명방식과는 달리 사회적 관습과 규범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선택된 개인의 행동방식이 행위로 드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사회적 행위가 서로 다른 것은 사회적 규범과 관심이 같더라도 이를 받아들여 체화하는 방식에 있어서 개인적인 선호가 드러나기 때문이며 이러한 설명방식은 사르트르와 레비스트로스의 변증법이다.

이를 가지고 수능부정 행위를 보면 사회적으로 팽배해있는 결과지상주의라는 의식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에게는 부정행위라는 행동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체화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접근방식은 결과지상주의에 대한 공격, 예컨대 족집게 과외, 강남 학교에 보내기 위한 불법 주소지 변경, 체육시험 잘 보기 위한 농구 골 넣기 과외, 수행평가 부모가 대신해주기, 대학에서는 리포트 대신 써주기(비교육적인 인터넷사이트)등과 같은 사회 속에서 너무나 넘치는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관행에 대한 공격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를 상당 부분 학부모, 교사 그리고 학생을 대상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여러 부류들이 포함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정행위라는 행위를 택한 개인의 판단은 나름대로 분명히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사회적인 범죄 혹은 일탈 행위가 나타날 때 그것은 사회구조의 탓으로 돌리고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구조의 문제로 돌려버려서 문제를 객관화하는 일은 그만두자.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그 이면에 놓여있는 사회적 관행과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중고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수능부정 행위자들에 대해서 엄격히 처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결과지상주의에 대해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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