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전야제 이벤트 만들어 가족끼리 여행 가기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역할분담해서 자기 임무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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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가 역할 분담해 김장을 담그는 이경란씨네. 올해는 김장 전야제로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사진은 이경란(왼쪽)씨와 올 김장에서 무채 썰기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남편 이형옥씨.

어린 시절 김장을 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날씨도 참 추웠고 열악한 환경에서 김장을 담갔던 기억이 난다. 꽁꽁 언 손, 두꺼운 스웨터, 연탄불, 들마루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배추와 무 그리고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를 밤새 이리 저리 뒤집어야 했으니 꼬박 1박 2일은 걸려야 김장을 담글 수 있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요즘은 참 편리해진 편이다.

결혼 20년차인 나는 6∼7년 동안 시댁과 친정에서 김치를 가져다 먹었다. 얻어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서 김장을 담글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다. 하지만 어른들께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우회 생협에서 10년 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늘 고민한 것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로 어떤 것이 있을까?'였는데 이 참에 부모님 수고도 덜고 겨울철 가족행사로 '김장이 딱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친정어머니와 언니네 가족과 함께 미혼인 두 동생들 몫까지 김장을 담그고 있다. 온 가족이 우리 집에 모여 김장을 하고 찜질방을 가거나 가까운 바닷가로 놀러 가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올해는 김장 전야제로 77세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른들끼리 그런 곳에서 노는 것도 썩 괜찮은 경험이었다. 김장 담그기는 각자 역할을 맡아 임무를 수행했는데 김장계의 최고참인 친정어머니는 총괄지휘를 맡아 양념순서를 지시하고 간을 봐주셨다. 남편은 무 한 자루를 씻고 마늘 한 접을 깐 다음 무채 치기를 완수했다. 남편은 김장하는 날 오후에 약속이 있어 외출해야 됐는데 그 전까지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 해야 했기에 그 전날부터 무를 씻고 채를 치는 등 매우 계획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형부는 남편을 도와 무채를 치고 양념을 버무리고 배추 속 넣기까지 했다. 언니와 나는 총괄업무를 맡아 장보기에서 배추 속 넣기까지 전 과정을 도왔고 미혼의 두 동생은 배추 나르기와 설거지 같은 마무리작업을 맡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은 배추 속 넣기에 전념했다. 온 가족이 즐겁게 김장행사에 참여한 덕분에 30포기 배추를 6시간 만에 담글 수 있었다. 겨울철 가족행사로 김장 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벌써부터 내년 김장 전야제 이벤트로는 뭐가 좋을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이경란 / 45세 남서여성민우회 생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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