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1.jpg

◀경제부/

정명희 기자

최근 생명공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황우석 박사(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의 '줄기세포'연구는 간경화·암·당뇨·척수신경장애 치료에 좌절한 현대의학을 구원할 횃불을 든 듯 일부 환자들과 과학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명공학으로 여는 밝은 미래'라는 주제의 초청강연에서 황우석(52) 교수는 줄기세포 복제는 살아있는 여성의 자궁에서 꺼낸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그 안에 환자의 체세포를 이식해 줄기세포가 될 때까지 세포분열을 유도하고, 이 줄기세포를 배양해 환자의 몸에 채워 넣어 척수장애 치료가 가능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실험에 동원된 여성의 몸과 인권에 대한 황 박사의 태도는 불치병을 가진 환자들을 구원해 줄 휴머니스트라기보다는 철의 손을 가진 과학자임을 드러내 기자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강연 마무리에서 황 박사는 얼마나 많은 '살아있는'난자가 실험에 사용되었는지, 그 여성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실험에 동참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돌연 화를 참지 못했다. 황 박사는 몹시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전 세계 어디에도 과학자에게 실험재료(난자)를 질문하는 리포터는 없다. 예의에 어긋난다”며 대답을 회피했고 “도대체 어떤 여자들이 그런 걸 궁금해하는가, 이상하다”라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또한 불임 여성의 경우를 보더라도 난자 적출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조차 그는 “그 여자들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난자 적출은 마취 후 3분이면 끝난다. 통증은 없다. 거짓말이다”라고 반복했다. 그는 기자에게 “리포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난자를 배출하지 않는가? 그건 살아있나, 죽어 있나, 살아 있는 것이다. 그걸 사용하는 것뿐이다”라고 교육(?)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자세한 대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급기야 몹시 화가 난 그는 “이 실험은 공직 수행 중에 얻게 된 비밀과 같은 것이어서 절대 말할 수 없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황 박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강의 시작 직전 그가 했던 말이 다시 상기됐다. “과학은 검증되어야 하고, 국가재산으로 특허를 취득해야 하므로 1년 전 연구상황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황 박사의 강연은 바야흐로 생명공학의 시대에는 과학 발전의 결과로 난자가 국가의 재산으로 등록되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