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사회의 성매매에 대한 갈등을 지켜보면서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성 매매에 대한 찬반 정답을 제쳐두고라도 자신의 특권이나 권위를 이용하여 약자인 사람들에게 성매매를 요구하는 것은 극히 옳지 않다는 점이다.

얼마 전 모 대학 교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 교수 누구라고 소개를 한 뒤 휴대폰 번호와 연구실 전화번호, 조교연구실 전화번호와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어떻게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하면서 신원을 밝힌 뒤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이 보았다며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만나서 어떤 부분을 도와주어야 되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싶다고 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2년 남짓 생활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곤 하지만 누구에게나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 그 만큼 한국인들과의 대화가 '외교적'인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활하는가. 무엇이 힘든가. 한의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 어떤 문제들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가. 현재 생활에서는 별로 힘든 것이 없고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며 자격시험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교수는 오랜 교수생활과 인맥들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의사자격시험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떤 특정된 인물까지 거론하면서 그 정도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내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 너무 단순하게 자신있는 소리를 했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더 경솔하고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더 기분이 언짢았던 것은 나를 쳐다보는 남자교수의 눈빛과 말투였다.

자격시험에서 자신이 큰 몫을 맡아줄 수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면서 은근슬쩍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돌봐주는 남자가 있는가 물었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고 노골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나에게 '꿩 잡는 것이 매'라고 어떤 대가를 감수하면서라도 자격을 딸 수만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한다.

당신이 나를 도와주는 것하고 내 곁에 남자가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것이 진정으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질문이냐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함께 하는 남자가 없다면 자신이 항시 내 곁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은근 슬쩍 하얀 봉투를 건네주었다. 무지하게 더럽고 추잡했고 치사하게 느껴졌다.

단돈 몇 푼에 자신의 인격을 팔아먹을 만큼 군색하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모든 여성들을 그런 식으로 대하냐고…대한민국 여성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느냐고….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그 교수에게 말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나의 인생 개척에 대한 조언이나 방도이지 돈 몇 푼이 아니다.

돈 몇 푼에 나를 내놓을 만큼 값이 없는 인격이 아니고 그런 사고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신에게 어떤 도움도 바라지 않으니 돈 몇 푼으로 여성을 유혹하지 마라. 지금껏 그런 식으로 여성들을 상대했다면 당신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그날 이후 며칠을 앓았다. 육체가 아니라 심신이 아팠다. 정말로 인간은 금전의 노예이고 성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남성이 여성을 성의 노예, 금전의 노예로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여성들 스스로가 노예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인가.

성은 신성한 것이고 황금은 값진 것이다. 두 가지가 모두 귀한 것이므로 아무렇게나 휘둘린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김지은

실향민 커뮤니티 사이트 '북마루'

콘텐츠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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