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맞은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기자재 확충·비합리 제도 고쳐장기적으론 '남녀공학' 청사진

공교육 투자 확대가 곧 경쟁력입학시험은 100% 대학 자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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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재단의 부정부패로 최악의 학내분규를 겪은 동덕여대에 지난 10월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시민운동가로 잘 알려진 손봉호(66) 전 서울대 교수가 관선이사들에 의해 선출돼 새 총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11월 16일 만난 손 총장은 임기 4년 동안 “어항처럼 투명한 학교, 의견표현이 자유롭고 합리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손 총장은 부족한 교육기자재와 시설 확충, 교수채용제도의 기본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비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

-총장으로 취임한 지 1개월이 지났다. 요즘 학내 상황은 어떤가.

“학생, 교직원, 교수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있다. 외적으로 갈등은 봉합된 듯 해도 내부에는 아직도 고칠 점이 많다. 학생, 교직원, 교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학교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총장으로 일하면서 우선시 하는 것이 있다면.

“지난해까지 교직(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에 몸담았지만 학교에서 특별한 보직을 맡아본 적은 없었다. 총장직 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엔 거절했다. 그러나 도덕적인 사람이 총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당했다. 우선 근본적인 대학 교육을 충실히 수행하고 싶다. 학생들이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교수, 학생, 교직원들의 집단 간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도록 애쓰겠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토론 문화에 익숙해지고 인문학적 감수성과 교양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편성하고 싶다”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부족한 교육 기자재 확보가 가장 시급한 일이다. 건물도 많이 부족해서 새로 지어야 한다. 교수채용기본제도를 마련하는 등 비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교수들이 양심에 따라 연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학문 연구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장하기 위해 교수들의 외국학회 출석 규제 제한을 없앨 방침이다”

-대학교육의 목표를 개인적으로 어디에 두고 있나.

“누구든지 믿을 수 있는 도덕적인 중견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유능한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학교 출신은 사회 어느 곳에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인식을 주고 싶다”

-동덕여대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많이 배출했다. 기업체들과 산학협동에 대한 계획이 있나.

“기업체들이 유명한 대학을 선호하지만 우리 학교는 디자인 분야에 경쟁력이 있다.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사회인들의 재교육을 도울 수 있는 측면에서 산학협동이 이뤄지길 바란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일각에선 여자 대학의 존폐여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여자대학의 비전을 어떻게 생각하나.

“남녀구분 없이 무한경쟁의 사회가 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여자대학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만간 남학생도 뽑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남녀공학을 배려해 지을 계획이다”

-고교등급제,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 등으로 우리 사회가 혼란스럽다. 평소 생각하는 해법이 있다면.

“학교 교육 평준화 정책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학부모의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학에서 시행한 것으로 알려진 고교등급제 적용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정부가 현재 사립학교 보조금을 공립학교에 모두 투자해야 한다. 정부가 사립학교에 대한 통제를 적게 하고 입학시험을 완전히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람들은 컴퓨터의 채점을 믿고 교수들의 채점을 믿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고 있다”

-총장님이 추구하는 리더십을 설명해달라.

“사회는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을 지도자로 뽑지 않는다. 학교에 결정적인 이익이 된다면 내 자존심을 양보할 생각이 있지만 누군가에게 손해를 주면서 내 이익을 챙기게 된다면 과감히 총장직을 버리겠다”

손봉호 총장은 어떤 사람

'선비파' 시민운동가로 진정한 원로 평가 받아

내 안의 보수적 여성관...딸 생각하며 하나씩 버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손 총장은 미국 웨스트민스트신학대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네덜란드 자유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까지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현대 정신과 기독교적 지성'(78), '나는 누구인가?'(86), '고통받는 인간'(95), '고상한 이기주의'(98), '울림·열림·어울림'(2002) 등 왕성한 저술활동을 벌였다.

91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았고 9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시민운동가로 이름을 날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에 충실한 그의 '꼿꼿함'은 선비정신을 잃지 않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원로의 모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기업교육 전문업체인 한국리더십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손 총장은 문화예술부문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인 박성실 여사와의 사이에 1녀를 두었다.

손 총장은 “유교적 가풍이 강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 여성관은 보수적이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단호히 반대한다”며 “하지만 부인에게 옛날 식(가부장중심적인 태도)으로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이고 이제 서른이 넘은 딸의 권익을 생각하면 의도적으로 뿌리깊은 보수적인 여성관과 싸우게 된다”고 토로했다.

동덕여대는

도의·진리·화협 교훈으로 54년 전통 '자부심'

95년 여성학도서관 개관…유명 연예인 다수 배출

1950년 도의(道義), 진리(眞理), 화협(和協)을 교훈으로 내걸고 개교한 동덕여대는 반세기 넘게 여성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도의적으로 원만한 인격, 학술적으로 유용한 인재를 양성해 화합하는 나라, 사회, 가정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인물을 배양하는 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2003년 현재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정보과학대학, 약학대학, 예술대학, 디자인대학, 공연예술대학 등 8개 단과대학, 10개 학부가 개설돼 있다. 대학원 과정은 패션전문대학원, 디자인대학원, 여성개발대학원, 정보과학대학원, 교육대학원, 비만대학원, 공연예술대학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95년엔 여성학 도서관이 개관해 여성학 특성 교육도 강화했다.

동덕여대는 유능한 디자이너 배출에 이어 유명 여성 연예인들을 배출하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탤런트 명세빈은 의상학과를 졸업했고 영화배우 박진희, 탤런트 이재은, 김민선, 가수 겸 탤런트 박정아, 개그우먼 겸 MC 정선희, 박경림 등이 방송연예학과에서 공부했다.

영화제작자로 활동 중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도 동덕여대가 배출한 유명 인사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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