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좀 '무심'하라
교육에 좀 '무심'하라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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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

우리 한국 사람들이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듯하다. 사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우리처럼 물불을 가리지 않는 민족이 세상에 또 있을까. 아이를 공부시키기 위해 아내까지 외국에 보내고 이른바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며 살거나 아니면 온 집안이 이민을 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외국 사람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다. 생계가 어려워서 또는 보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떠난다면 모르되 부모가 자기들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할 정도로까지 자식의 교육에 집착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온 가족 희생 담보한 교육강국

많은 사람의 경우 사실 부모들의 눈물 겨운 사랑과 희생이 없다면 의무교육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본다면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자식의 출세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희생이 성장기의 자식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학교를 보내겠다는 의지의 차원을 넘어서 자식 과외비를 대고 해외 어학연수를 시키기 위해서 어머니는 끼니도 거르며 힘겨운 막일을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희생일 수가 있는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 설사 부모는 기쁜 마음으로 그런 희생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자식들의 마음에 은연 중 죄책감에 가까운 부담을 줄 수도 있고 부모 자신들도 무의식 중에 어떤 대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 자식을 위한 교육열이란 자식을 매개로 하여 자기자신의 욕구를 달성해 보겠다는 부모의 욕심이고 독자적 인격체로서의 자식의 삶에 대한 침탈이 될 수도 있다.

헌신과 과욕의 미묘한 경계선

이른바 교육열에서 어디까지가 아름다운 희생이고 헌신이며 어디부터가 지나친 욕심인가를 가리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어떤 경우는 부모들의 엄청난 희생과 투자와 채찍질 때문에 천재적 음악가나 철학자가 탄생할 수도 있고 그들이 인간으로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다. 범재들의 경우에도 어린 시절 부모의 채근 없이는 교사들만의 노력으로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고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기도 어렵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지나쳐서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뛰어 놀 수 있는 겨를도 주지 않고 각종의 특기 수업 장으로 뺑뺑이를 돌리고 자라나서 청년이 되어도 집안의 일상사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며 자기에 맞는 책임을 지는 대신 시험 잘 보는 기계가 되는 훈련에만 열중하라고 독려를 하면서이다.

시골이 되레 공교육 튼실

부모의 보호와 간섭이 지나쳐 항상 타율적으로 모든 것을 하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들면 아이들은 좋고 잘 하던 일조차 하기 싫어하는 속성이 있다. 그들이 가장 못 견뎌 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부담감이며 그것은 반드시 말로 표현되는 공치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삶을 희생해서 자식을 오래 동안 비싼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마음 속으로 흐뭇해 하지만 수혜자인 자식은 오히려 부모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인식하는 예는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다. 자식에 대한 과잉 보호는 심리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자식이 그때 그때 나이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훈련을 함으로써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 나가는 데 필수인 건전한 자아를 길러나가는 일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학교교육이 지금처럼 황폐해진 마당에 부모 보고 좀 무심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교가 지금 같은 꼴이 된 것이 오히려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과다한 욕심과 기대 때문이 아닌가도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부모가 자식교육에 대해 학교에 맡기는 것 뿐 다른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이 사는 어려운 시골 동네에서는 오히려 초·중등 학교 교육에서 교사의 권위가 서고, 돈이 많이 도는 큰 도시에서보다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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