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자그맣고 메마른 씨앗 속에서

내일의 결실을 바라보듯이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거미줄처럼 얽힌 세상 속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 세상 속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수많은 진리와 양심의 금문자

찬란한 그 빛에는 멀지 않으리

이웃과 벗들의 웃음 속에는

조그만 가락이 울려 나오면

나는 부르리 나의 노래를

나는 부르리 가난한 마음을

그러나 그대 모두 귀기울일 때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가리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가리

- 김광석 3집 앨범 중, 92년 3월

많은 이들, 특히 사랑으로 한창 가슴을 앓는 이들은 말하곤 한다. 어쩜 그 노래 가사는 내 마음을 그토록 꼭 닮았을까 하고.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그 어떤 것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비범하게 파고든다는 증거이리라.

96년 요절한 가수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듣노라면 너무나 절묘하게 노래의 본질과 힘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서고금을 통해 시와 노래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였고, 시인과 가수는 일종의 예언자 같은 일맥상통한 역할을 해왔다. 또 시와 노래는 심신을 고양하는 양식이기도 하다. 이 '양식'은 특히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메마른 씨앗' 속일수록 더욱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이웃과 벗'을 매개체로 해서 멀리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광폭의 전파력을 가진다. 김광석이 80년대 노래운동패 '노찾사'의 1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나의 노래'는 노래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체험한 한 편의 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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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신효인

요즘 여성단체들이 앞다퉈 후원을 겸한 콘서트를 여는 것을 보면서 뜨거운 '여성' 연대 형성에 노래의 장만큼 훌륭한 한마당은 없다는 것을 그 동안의 현장경험으로 체득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사실 이보다 훨씬 앞서 여성신문은 노래를 통한 문화운동을 펴왔고, 그 일련의 노력이 현재 공중파 방송에서 지속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열린 음악회'란 가시적인 성과물을 낳았다. 한편으론 남이섬에 한국 최초의 노래박물관이 실현되는 데도 적잖이 기여했다. 그러나 정작 아쉽게도 여성신문 자체의 대규모 노래의 장은 개점휴업(?)한 지 꽤 됐었다.

이제 여성신문은 새로운 콘셉트를 가지고 이 노래의 장을 다시 시작했다.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여성리더들을 한 자리에 모아 여성역사의 의미를 함께 반추, 공유하면서 공동의 미래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첫 단추를 끼웠다. 이와 함께 여성과 남성이 서로 조화롭게 상생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남성들도 기꺼이 초대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콘서트가 단순한 콘서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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