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우정, 첫사랑으로 보는'소녀 성장일기'

~a7-3.jpg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하나와 앨리스는 모든 것을 함께 하는 단짝 친구. 학교 가는 길도, 수업을 땡땡이 치는 것도, 발레 수업도, 마음에 드는 남자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것도 항상 함께 한다. 지하철역에서 첫눈에 미야모토에게 마음을 빼앗긴 하나는 그의 주위를 맴돌고 어느 날 그가 문에 부딪혀 정신을 잃은 사이 기억상실증이라는 깜찍한 거짓말로 자신의 사랑을 밀어붙인다. 하지만 급조한 거짓말은 탄로가 나기 마련. 하나는 친구 앨리스를 끌어들여 자신의 연극을 이어 나가지만 큐피드의 화살은 마음먹은 대로 날아가지 못하고 셋 사이에는 엇갈린 삼각 관계가 형성된다.

아빠와 이혼한 철없는 엄마 밑에서 외롭게 자라온 앨리스는 아빠와의 조각난 추억을 미야모토와의 만남 속에 대입시키려 한다. 그리고 하나에게는 앨리스와 만나기 전까지 외부와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첫사랑과 짝사랑의 추억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이와이 순지 감독의 대표작'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를 섞어놓은 듯한 감성의 영화이지만 주인공들의 평범하지 않은 말투와 행동, 얼핏 보이는 마음의 상처를 통해 '피크닉'의 독특한 어두움이 느껴졌다.

이와이 순지표 영화답게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꽃이라는 뜻의 '하나'라는 이름에 걸맞게 벚꽃이 흩날리는 골목길을 두 소녀가 뛰어가는 장면이나 바닷가에서 바람에 날아다니는 카드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 등 아름다운 영상과 감독이 직접 작곡한 음악이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종반부 앨리스의 발레 오디션 장면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잊고 몰두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다.

하지만 135분이라는 다소 무리한 러닝 타임에서 보듯 불필요한 장면들이나 각 에피소드가 너무 길게 표현된 감이 없지 않다.

항상 붙어 다니던 단짝이었지만 두 소녀는 성장하면서 각자의 길을 찾아간다. 하나가 만담동호회에서 공연을 준비할 동안 앨리스는 오디션 장을 찾아다닌다. 둘은 이제 모든 것을 함께 할 수만은 없다는 걸, 혼자서 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지는 않았을까. 동시에 한 남자를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공연에 마지막 관객으로 남아준 앨리스나 앨리스가 모델로 나온 잡지를 먼저 사는 하나의 모습처럼 언제까지나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는 좋은 단짝 친구로 남아주길, 우리의 인생에도 하나와 앨리스 같은 단짝친구가 한 명 정도 있어주길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윤수/ 프리랜서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