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정과 환대의 세상살이는 가능할까’

혐오와 재난으로 각자도생의 위협이 범람하는 시대, 페미니즘은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
21일 이같은 질문에 답하는 울산광역시 도서공간조성사업 지관서가의 9월 인문학 강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정과 환대의 세상살이는 가능할까’가 온라인 줌에서 열렸다.
이날 연사로 나선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생존을 넘어서 ‘탈존’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돌보는 ‘사회적 모성’의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명예교수는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공감능력과 돌봄의 부재가 이러한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대 우리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승자독식 자본주의’와 ‘약탈적 제국주의’와 ‘폭력적 가부장제’가 복합된 세상을 살고 있다”며 “재난이 파국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공감의 부재가 파국이다. 이제 ‘돈의 순환체계’를 벗어나 ‘돌봄 순환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으로 파편화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돌보고 상호 의존하는 ‘사회적 모성’이 길러진 사회가 더 나은 사회라는 게 조 명예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인간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의존해야만 한다. 그게 페미니스트의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약한 아이를 보호하는 게 모성이 아니라 타자를 지배하지 않으면서 살려내는 능력이 모성이다. 생물학적 모성을 넘어선 ‘사회적 모성’의 세계는 연약함에서 시작하는 돌봄의 세계고, 공감 능력을 키우며 사람들이 지혜로워지는 사회다. 돌봄을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모두 관계의 주체라는 인식을 하는 게 제대로 된 사회적 모성의 세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은 우정의 세계를 짓는 운동이다. 페미니즘은 상생 사회를 향한 길이다. 남성적 토건국가에서 여성적 돌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페미니즘 3물결, 4물결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야기해야 한다”며 “상호의존적인 여성들과 남성들의 운동을 페미니즘 운동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