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번째 앨범으로 저력 과시하는 가수 인순이

연말 대형무대 섭외 1순위음악생활 26년 내내 전성기

여성단체·펄벅재단 등에'열창'으로 지원 아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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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사진기자 leephoto@

“언니, 멋져요!”“우와, 언니 짱이에요!”

지난 11월 4일 이화여대 교정에서 열린 '여성·자유·미래 콘서트'무대에 인순이가 오르자 동방신기 팬들도 신화 팬들도 그에게 열광했다. 그들에게 인순이는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는 '멋진 여자'의 아이콘이다.

“어린 학생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오빠가수'가 아니어도 노래 잘 하는 가수는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저한테 보내는 박수소리를 들으면 '얘네가 날 인정해주는구나'라는 감이 오거든요”

인순이는 최근 발라드, 댄스, 재즈,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실은 16집 'A to Z'를 냈다. 올 상반기 히트한 조PD와의 피처링곡 '친구여'덕에 팬층도 한층 넓어졌다. 데뷔 이후 줄곧 그의 곁을 지켜온 장년층부터 딸 세인(11)이 또래의 초등학생까지 수많은 팬들이 곧 그의 응원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는 거죠. 같은 장르의 노래만 불러선 안돼요. 팬과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으로 그들이 즐거울 수 있는 노랠 불러야죠”

78년 댄스그룹 '희자매'로 데뷔해 인기를 끌다 80년대 초반 솔로 독립 이후 지독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당시 인순이는 밴드를 결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습하고 야외공연을 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이 때 객석에 앉아있는 노인들을 보고 즉석에서 창부타령을 열창했다. 이 때의 경험이 재도약의 발판이 돼 90년대 중반 열린음악회가 생기자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하는 인순이가 섭외 1순위가 됐다.

“무대에 올라가 관객을 앞에 두면 제정신을 잃어요. 무아지경 상태에서 노래하고 춤추죠. 타고난 무대체질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60년대 미국의 팝가수 티나 터너가 불러 히트했던 'I wanna take you higher'를 리메이크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Higher'는 방송을 탄 지 두 달도 안돼 젊은 층 대상의 음악순위프로그램에서 8위를 했다. 그의 인기는 방송뿐만이 아니다. 모 영화전문지에서 뽑은 영화화하고 싶은 여자가수 1위에 뽑힐 정도로 그의 인기는 나이불문, 장르불문이다.

“영화보다는 뮤지컬이 좋아요. 제가 주인공이 된다면 '미스 사이공'보다 더 드라마틱한 무대가 되겠죠. 제 인생은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니까요. 마지막 장면에만 출연해서 제 인생을 함축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노래를 한 곡 부르면 멋질 것 같아요”

무대에 서면 항상 '여성은 아름답고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딸 세인이가 있다. 한동안 아팠던 딸 앞에서 딸이 겁을 먹을까봐 한 번도 눈물 흘린 적이 없다는 그는 비로소 '딸 대신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역시 엄마라는 존재는 강하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가장 날카로운 모니터는 딸 세인이에요. 방송 나가면 바로바로 전화해서 '메이크업이 잘 됐다, 오늘 무대매너 좋았다'고 평을 하죠. 이제는 딸이 아니라 친구 같아요”

인순이는 사회의 그늘진 곳, 어려운 곳도 외면하지 않는다. 지난 달 22일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창립17주년 기념 후원 콘서트 무대에 섰고 입양아들과 대안가족 사진 찍기에도 참여했다. 15년 동안 장애인복지기관과 펄벅재단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펄벅재단 미국본사 공연은 꼭 가죠. 성공한 제 모습을 보면서 후원자들이 후원한 보람을 느낄 테니까요. 많은 사람한테 받은 도움과 사랑, 어려운 사람들 도우면서 보답하고 싶어요”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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