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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철

경문대학 교수·법학 박사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어 성매매 단속이 진행되자 여러 방면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부총리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조차도 이 법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죽이는 이상한 법으로 보고 있다. 많은 보통남성들은 성욕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져서 그런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거칠게 드러내고 있다. 어느 남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했다고 제소를 했다는 보도까지 접하고 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선 이 성매매 문제는 성을 매수하는 남성의 행복추구권의 문제가 아니라 성을 팔아야 하는 여성들의 행복과 자유의 문제이다.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이라는 권리는 무한정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와 정당한 권리, 존엄성을 빼앗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 그렇지만 이 성매매는 남성이 돈으로 적당한 보상을 하면서 여성의 행복과 자존심과 체면을 송두리째 빼앗는 행위이다(성매매는 물리적인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남성이 돈을 미끼로 여성에게 자신의 고유하고 귀중한 성적 자유와 몸의 권리를 빼앗고 수치스럽게 성행위를 하게 하는 성폭력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은 다른 사람을 학대하면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또한 성매매의 문제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무기력하게 학대받는 여성에 대한 문제이다. 성매매가 활성화돼야 돈이 돌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경제논리는 약자의 희생과 사회적인 부도덕을 감수하고라도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는 개발독재 시대의 잘못된 논리다(이 성매매는 남성의 포주와 폭력배들에게 억압과 폭행과 착취를 받으면서 수치스럽게 비인간적인 성행위를 계속해야 하는 우리의 딸과 누이의 고통에 관한 문제이지 경제회생의 문제는 아니다). 퇴폐와 부도덕 속에서 커가는 경제는 불법과 불평등을 낳고 우리 사회를 밑바닥부터 붕괴시킨다. 어떠한 논리로도 이 여성들의 구체적인 고통을 합리화할 수 없다.

우리는 흔히 남성의 성욕은 식욕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성욕은 돌발적이고 공격적이어서 제때 해소하지 못하면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가정한다. 이러한 주장은 공창제도의 도입과 성산업의 합법화 주장과 상통한다. 이러한 가정과 주장은 엄청난 결과로 나아간다.

일제 때 일본군인들이 조직적으로 설치 운영했던 정신대는 혈기왕성한 군인들의 강한 성욕을 해소시켜 주겠다는 일본국가의 의도를 정당화하는 것이고, 미군부대 주변에 미군당국의 비호 아래 항상 존재하고 있는 매춘굴은 군인들의 강한 성욕 해소를 위한 특별한 배려장치가 된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여성들의 고통과 처절한 외침이 오늘도 계속되는데, 남성의 강한 성욕의 신화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욕은 책임있는 남성이라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그것이 가능하다. 국가가 나서서 여성들을 남성의 성욕해소의 성노리개로 삼겠다는 반윤리적인 발상은 가부장제적이고 지극히 남성중심적 발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성문제를 너무나 가볍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우리는 이번 성매매 단속을 계기로 여성의 몸과 성을 매개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과 사회적 폐해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특히 남성들의 자기반성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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