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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신효인>

우리는 아직도 정복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껏 우리 자신을 거대하고 엄청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존재로 여길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 세대는 자연과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인류는 과거에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지만 이제 자연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정복하는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시적 감성의 과학자 레이첼 카슨이 살충제의 위험을 경고한 저서 '침묵의 봄' 출간 후 62년 겨울 'CBS 리포트'에 출연한 인터뷰에서.

문명의 이기와 속도의 효율성에 중독돼 그것이 어떤 폐해를 끼치고 후유증을 일으키는지 간과한 채 둔감하게 바쁜 일상을 보내던 중 우연히 마주친 '레이첼 카슨 평전'은 내게 신선한 충격과 일말의 죄책감을 선사했다.

'시인의 마음으로 자연의 경이를 증언한 과학자'란 책 부제가 말해주듯 카슨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과학문명 이면의 파괴성을 찬찬히 고발하는 한편, 생명의 경이와 그 자체가 갖는 치유의 힘을 설파했다. 그의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는 살충제 사용금지와 함께 미국 환경보호청의 발족과 '지구의 날' 탄생이란 성과물을 낳았다.

카슨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문득 문득 생각하곤 했다. 지구를 살리는 것은, 언젠가 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나오는 대규모 전투기 행진이나 일촉즉발의 핵폭발을 막을 버튼 같은 다분히 공상과학적 거대 장치보다는 일상 삶 속에서 늘 순환 교류하는 감성과 성찰이 아닐까하고.

이러던 차에 미 대선에서 부시 재선에 따라 재차 일어나고 있는 강경노선 움직임과 파주에서 세계생명문화포럼이 대대적으로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찌 보면 전혀 다른 두 가지 소식, 그러나 살림의 문화, 죽임의 맹목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사건들이었다. 혹자는 생명담론이 너무나 어려워 무시(?)한다고도 했지만, 담론 역시 삶에서의 실천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난해하고 추상적인 생명사상에 생명운동을 소박하게나마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접합시켜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나가고 또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시도인지 쉽게 풀어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특집을 준비하고 취재하면서 실감한 것은 생명운동이야말로 무한한 창의성과 유연함을 가진 운동이고, 또 그만큼 감동의 울림이 큰 운동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다면 별로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 운동이다!

여기서 한 잡지에 카슨이 기고한 칼럼 '생존을 위한 언어' 중 한 구절을 다시 한번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새의 이동에는,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해와 달에 반응해온 밀물과 썰물의 드나듦에는, 그리고 봄을 기다리며 집 속에 몸을 웅크린 겨울날 새싹의 휴식 속에는, 실질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상징적인 아름다움도 들어 있다. 이러한 거듭되는 자연의 순환 속에,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이 어김없는 질서 속에는 뭔가 무한한 치유의 힘이 들어있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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