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배려의 원칙 고수하는 정토회·한살림·녹색대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의 김정희 교수는 '불교의 생명사상과 여성'에서 “우리는 '살리다'의 명사형인 '살림'이 여성의 일상 일, 일상 삶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가부장제를 몰랐던 선사시대 우리 여성조상의 얼, 힘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여성들은 노예성에 오염되지 않은 생명 감수성으로 포용적이며 보살피고 길러내는 육체적, 정신적 힘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지금도 실제로 생명사상을 따르고 실천하는 운동단체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자비행(慈悲行)을 바탕으로 환경운동과 통일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정토회와 안전한 먹을거리, 소비자가 주인 되는 먹을거리 운동인 한살림, 환경친화와 생명사상 운동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녹색대학 등의 생명사상이 체화된 삶의 규칙들을 둘러본다.

정토회

-남과 내가 다르지 않음, 다른 생명체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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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의 자원활동가들은 매달 한번 환경문제 실천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제공 정토회>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법륜 스님이 이끄는 종파를 초월한 종교단체 정토회는 활발한 환경운동과 통일운동을 펼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념운동이 아닌 실천운동으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빈 그릇 운동'을 시작해 사회 곳곳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곽결호 환경부장관을 비롯해 소설가 김홍신,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탤런트 김미숙·전원주씨 등 사회 저명인사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는 '빈 그릇 운동'은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환경기금 1000원을 기부하는 행사다. 정토회에서는 이번 행사 이전부터 조리 시 발생하는 재료 쓰레기 외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스님과 상근활동가들은 아침에는 발우공양을 하고 일반 신도들과 외부인과 함께 하는 점심, 저녁 시간에는 '접시공양'을 한다. 각자 접시에 자신이 먹을 분량 만큼만 담고 다 먹고 난 뒤에는 발우공양처럼 김치 한 조각과 뜨거운 물로 접시를 닦아 먹는 것이다. 정토회 산하 환경교육원의 이해일 정책위원은 “지금까지 수많은 신도들과 외부인이 왔었지만 한 번도 음식을 남긴 경우가 없었다. 조리된 음식이 쓰레기로 배출되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매일 소량 배출되는 식자재 쓰레기는 정토법당 옥상에 있는 지렁이 화분에 버려지며 화분 속의 분변토는 정토회에서 가꾸는 화분에 거름으로 뿌려진다.

'쓰레기 제로운동'의 일환으로 매일매일 배출되는 쓰레기를 철저히 분류한 뒤 배출량을 꼼꼼히 체크, 줄여야 할 쓰레기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돼 바로 생활지침으로 만들고 있다. 또 생활쓰레기의 많은 양을 차지하는 화장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휴지 대신 물로 닦는'뒷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화장실에는 휴지와 휴지통 대신 작은 샤워기가 비치돼 있다. 정토회 여성 상근활동가들은 1회용 생리대 대신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오랜 홍보와 교육으로 대다수의 여성 신도들이 면생리대 사용에 동참하고 있다. 정토회에서 언론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현희련씨는 “생명사상을 실천하는 것은 결국 관념을 바꾸는 것이다. 실천을 통해 관념을 바꿔나가면 다른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하며 “많은 여성신도가 주축이 된 정토회의 환경활동은 여성신도들에게 정보교환의 기회와 유대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어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살림

-주부가 살리는 안전한 먹을거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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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조합원 가족들은 수시로 생산지를 방문, 점검한다. <제공 한살림>

생산자는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는 관계를 지향하며 18년 전 탄생한 '한살림'은 농산물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소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또한 인간 생존의 기본이 되는 먹을거리를 자연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농법으로 생산해서 이웃들과 함께 나눠먹자는 취지로 농산물 직거래라는 유통업 형태로 시작, 현재 전국 12개의 지부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생협운동이 그렇듯 한살림의 절대다수의 조합원들은 30∼40대 주부들이다. 조합원들은 생태질서에 맞게 생산된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고 포장용기 재활용, 폐식용유를 이용한 비누사용 등으로 환경을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유전자 조작식품이나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먹을거리에 대한 감시활동도 철저히 하며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에 일조하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주인이 되는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생산지를 방문하고 농법에 대한 평가를 통해 생태중심적 밥상살림과 농업살림의 일체화를 꾀하기도 한다. 이밖에 단오놀이, 가을걷이잔치와 어린이생명학교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자연친화적 생명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녹색대학

-생명사상 생활 속에서 배우는 대안교육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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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대학 학생들이 황토와 나무를 이용해 친환경 생태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은 학생들이 사용할 식당이다.

<제공 녹색대학>

지난해 3월 개교한 대안학교 녹색대학은 문명사회의 대안인 생태적 삶을 회복하고 그 안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는 대안교육 공간이다. 8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 녹색대학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 만드는 수업과 생활 속 체험이다. 재학생 스스로 황토와 나무를 이용한 환경 친화적 건축을 설계, 시공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생태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첫 수확에 나선 학생들은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벼와 잡초가 마구 섞여버려 수확에 애를 먹어도 그 속에 피어난 한 그루 코스모스를 살리기 위해 여러 번 위치를 바꿔가며 낫질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 학교 재학생인 이영준(28)씨는 “녹색대학이 이 지역에 뿌리를 내려 지역주민과 이 사회에 생명사상 구현의 대안적 모델로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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