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미술의 우상 에바 헤세 아시아 최초 개인전

1964∼65년 독일 체류 기간 작품 5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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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에바 헤세는 추상표현주의 영역을 한층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그렇게 많은 것으로 존재할 수 없다. 여자, 아름다움, 작가, 아내, 주부, 요리사, 여성판매원…이런 모든 것들로는. 나는 나 자신으로도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나는 반드시 나 자신을 비롯하여 명확하고 안정되고 그리고 평화로운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

1960∼70년대 미국 현대미술의 우상(icon), 독일 출신 현대미술작가 에바 헤세(1936∼70, Eva Hesse)의 개인전 '변형-독일에서의 체류 1964∼65'전이 11월 27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에바헤세재단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오스트리아 빈의 '쿤스탈레 바인'전, 스위스 취리히의 '하우저&취리히 런던'전에 이은 세 번째 순회전으로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헤세의 개인전이다.

헤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세 살이 되던 1938년 여동생과 함께 기차에 태워져 나치정권 하 독일을 탈출한다. 탈출한 뒤 석달 만에 부모와 재회해 뉴욕으로 가 그곳에 정착했다. 어렸을 때 겪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정신병을 앓아 아버지로부터 이혼 당하고 결국 자살한 어머니, 아이를 낳지 못해 결국 남편과 이혼한 에바 헤세의 삶은 불안과 비극의 연속이었다. 59년 예일대 미대를 졸업하고 70년 서른 네 살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사망하기까지 10여년 동안 헤세는 현대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당시 조각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라텍스 고무와 풍선, 고무호수, 그물, 밧줄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해 추상표현주의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64년 6월부터 65년 8월까지 헤세와 그의 남편인 조각가 톰 도일이 독일의 기업가이자 아트 컬렉터인 프리드리히 아른하르트 샤이드트의 초청으로 에센 부근의 버려진 방직공장에서 작업했던 작품을 선보였다. 이 시기는 헤세에게 있어서 일종의 방법론적 전환을 맞이하는 시기로 평면회화와 드로잉을 벗어나 콜라주와 조각적이고 조형적인 작품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남성작가 중심이었던 미니멀리즘을 새롭게 해석하는 구상적 요소를 제거한 선적이고 단색조의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헤세는 독일에서 머물면서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찾아나갔으며 작가로서 작품세계를 견고하게 다져나갔다.

헤세는 자신의 작업과 일상을 일기와 작업노트로 남겼는데 이를 통해 그의 예술적 통찰력을 엿볼 수 있으며 한편으론 여성예술가로, 아내로 그리고 성공한 조각가이자 주부로 자신이 원했던 삶 속에서 겪었던 현실의 갈등과 모순을 담아냈다.

문의 국제갤러리 02-735-8449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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