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에 낙태 금지·동성결혼 불법 힘 실려

북핵·대미 무역 강경책 등 한반도 악영향 우려

~a-1.jpg

재선에 성공한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3일(현지 시간) 워싱턴 시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대선 승리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결혼 전까지 민주당 당원이었다 전향한 로라 부시 여사는 지적이고 단정한 이미지로 퍼스트레이디로서 최적격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TV 방송에 출연해 공화당의 신조를 뒤엎고 연방 대법원의 낙태허용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합>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고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에 따라 미국의 보수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 선제공격 가능성과 여성 및 소수자 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미국 대선과 동시에 진행된 법안투표에서 아칸소, 조지아, 켄터키, 미시간, 미시시피 등 10개 주에서는 '동성결혼을 불법화하는 주헌법 개정안'이 70%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돼 미국인들의 가치관이 이미 보수 쪽으로 기울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내 한 평화운동가는 “지난해말 미 서부를 방문했을 때 집집마다 성조기가 걸려 있는 광경을 보고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며 “9·11테러가 미국인들을 국수주의적 애국심으로 단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민주당 케리 후보의 대북정책팀은 94년 북·미제네바협약을 추진했던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공격 우려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조현옥 대표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인들이 부시정부의 공격적인 대테러 정책을 승인했음을 보여준 예”라며 “자신감을 갖게 된 부시 대통령이 더욱 강경책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과 향후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김명자 의원은 “부시 대통령은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기에 앞으로는 강경책으로 일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한·미 동맹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정부의 성숙한 외교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9·11테러의 악몽을 딛고 부시 대통령과 더불어 미국의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세계평화와 인권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기대한다”며 “한나라당은 미국과 함께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며 한반도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논평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고 한반도 위기의 관리가 아닌 위기의 조장으로 나타나 대북 고립화 강경책이 강화될 것”이라며 “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있어 일방적인 대미종속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한다”는 우려 섞인 논평을 발표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성인권운동가 아미나 카찰리아씨는 “부시의 재선은 아프리카와 이슬람권, 세계 대부분 지역에 있어 슬픔”이라며 “부시는 앞으로 대테러전쟁을 한층 강화할 것이며 이란이 다음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현선 기자 sun5@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