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측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헌소 추진

법학자들 '기각' 우세…헌재 11일 4차 변론 예정

헌법재판소(헌재)가 10월 21일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을 근거로 발표한 '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판결 이후 3년째 헌재에 계류 중인 호주제위헌제청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실시된 헌재 국감 결과, 헌재가 2년 이상 심리하고 있는 장기계류미제 35건 중 호주제위헌제청 관련 사건이 7건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헌재 판사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적인 유림들의 단체인 성균관(관장 최근덕)은 10월 26일 언론보도를 통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해 위헌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균관 측 관계자는 “서울이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수도였다면 호주제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고유한 전통”이라며 “내부토론을 거쳐 소송 제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학교수,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헌재가 수도이전 위헌 판결과 같이 관습헌법을 근거로 호주제 위헌 여부를 판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대 법학과 조은희 교수는 “호주제는 위헌이란 판결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관습헌법은 '대한민국의 공식 언어는 국어'란 식으로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을 의미하는데, 호주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주제와 관련해선 '혼인과 가족생활의 양성평등'(제36조) 등 판단의 근거가 될 만한 성문헌법 조항이 있고, 헌재가 수도이전 결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관습헌법 논리를 다시 꺼내들 명분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도 “호주제는 현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사문화된 제도”라며 “성균관이 헌법소원을 해도 결국은 기각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2년 이상 심리하고 있는 장기계류미제 35건 중 호주제위헌제청 관련 사건은 7건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10월 18일 실시된 헌법재판소 감사에서 “헌재법 제38조에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헌재 재판관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헌법재판소는 호주제위헌제청과 관련해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위헌 변론 재판을 진행했다. 4차 변론은 11월 11일 오후2시에 열리며 서울대 최재천 생명공학부 교수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호주제 위헌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학습 및 기억현상 연구단의 신희섭 단장이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의견을 진술할 계획이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호주제위헌제청은 5차 변론까지 계획돼 있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재판이 진행된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성매매 업주들의 모임인 '한터 전국연합'은 '관습적으로' 용인돼온 성매매를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낼 것을 검토했으나 내부 토론을 거친 결과,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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