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 이후 '평생직장'이 사라진 이 시대에 1020세대는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게다가 앞으로는 직장은 사라지고 직업만 남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견마저 나오는 이 때, 1020세대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제도권 교육을 받은 일반학교 학생들과 학교를 벗어나 비제도권 교육(대안학교)을 선택한 학생들의 다른 듯 닮은 직업관을 통해 미래 사회상을 가늠해 본다.

제도권 1020

- 야망보다는 실리와 평생직장을

- 경기침체 압박으로 진로선택 모험보다는 '안정'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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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8학군 ㅇ여고 3학년인 안지윤(19)양은 얼마 전 2차 수시전형을 끝내고 수능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안양의 목표는 경희대 한의학과.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서양의학보다는 동양의학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의대에 가기 위해 대학입시 외에 특별히 따로 준비하는 것은 없고 방송이나 언론에 등장하는 관련 기사를 유심히 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안양은 “대다수의 고3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는 약학과이며 안정된 수입과 결혼할 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북 ㅅ여고 1학년인 이예지(17)양은 주말에도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다. 학원이 다 끝난 일요일 늦은 저녁, 엄마와 함께 찜질방 가는 것이 유일한 휴식시간. 바쁜 학창시절을 보내는 이양의 꿈은 심리학자다.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일이 재미있어 선택했다고 한다. 심리학 관련 서적을 꾸준히 탐독하며 적성을 계발해 왔지만 현실을 고려해 교사가 되는 것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안정된 수입과 방학이 있어 여유로운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교사가 되려고요. 방학 때 심리학 공부를 하면 되니까 괜찮아요”라고 선택 이유를 밝힌 이양은 반 친구들 과반 이상이 교사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ㅇ여대 공학부 1학년인 강현주(20)씨는 요즘 영어공부에 한창이다.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산 적이 있는 강씨의 주 관심사는 외국어. 전공보다는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저희 과 애들 모두 내신과 수능 성적에 맞춰서 과를 택했어요. 다들 좋은 성적 따서 대기업에 취직 잘 되는 전공 학과로 가길 희망해요.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하는 아이들은 극소수죠”

강씨 역시 2학년부터는 전공 공부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업'이라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한 졸업반들은 좀 더 현실적이고 타협적이다. 같은 학교 국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임영주(25)씨는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임씨는 얼마 전까지 대학생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돈을 버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교사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기자가 된다고 제 관심분야만 쓰는 것도 아니어서요. 교사가 되면 방학 동안 제 관심분야인 만화도 그릴 수 있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동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임씨에 따르면 대학 졸업반 여학생들 대다수가 교사임용시험과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안정적인 것도 그렇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라고 전했다.

탈학교 1020

- 자아실현 위해 직업 갖고 돈 번다

- 하자센터 작업장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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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튀는 신세대들의 직업관, 상식과 예측을 뛰어넘을까. 이들에게 있어 '직업'은 자아실현과 즐거움을 위한 시드머니(종자돈) 같은 것. 여기에 '자유'확보는 최소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여행'이 목표가 되기도 하고 옥죄는 직업은 질색이기도 하다.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를 찾아가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의 '발견과 발상1'수업을 듣고 있는 소담, 아아시, 카나쇼 세 학생을 만나 이들의 진로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업장학교 주니어 과정에 수학하고 있는 소담(17)은 중학교 2학년 진학 전에 학교를 자퇴하고 작업장학교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는 소담은 “기존 학교가 교과서 같은 학생들의 경직된 태도에 불편했다면 작업장학교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어 편안하다”고 전했다. '생활은 예술가, 직업은 화가'가 꿈인 소담은 “가방 하나에 미술 도구를 챙겨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소담은 현재 여러 행사에 참여해 자신이 만든 노트와 서표(書標)를 판매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세계여행 자금을 모을 계획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고교 2학년 때 자퇴하고 작업장학교 길찾기 과정에 재학 중인 카나쇼(18)는 “작업장학교 수업이 하루에 2∼3시간 밖에 없어 여유있는 편이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할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카나쇼는 “하나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대중에게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형 캐릭터 디자인, 안경 디자인 등 여러 공모전에 참가해 디자인 경험을 쌓으면서 실력을 배가하고 있다. 30세가 되기 전 전세계의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카나쇼는 세계 각국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또한 연기 공부를 위해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눈빛 연기'를 연습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과목 선생님이 담임 맡은 반에만 시험 힌트를 준 것에 격분해 자퇴한 아아시(18, 길찾기 과정)는 한때 입시미술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서'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하자에 왔다”고 설명했다. “학교 자퇴와 입시미술 준비는 '순간의 선택'이었지만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도 '순간의 느낌'이 올 것 같다”는 아아시는 이를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하자 내 영화동아리 '다다클럽'참여와 같은 다양한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자아실현과 돈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자아실현'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소담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다. 내 그림을 이해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친구들과 만나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카나쇼와 아아시는 “자아실현을 이루면서 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9월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자'를 모토로 개교한 하자작업장학교는 학교를 자퇴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도시형 대안학교이다. 학생들은 하자작업장학교의 학습원리와 문화를 익히는 예비코스인 '길찾기' 과정과 문화작업자로서의 자기발견과 인문학적 감수성을 기르는 '주니어'과정,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시니어'과정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스스로 찾아 진행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시민으로 자라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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