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첫'여성문화 창작지원 프로젝트 열려

문광부·시청 앞서 여성주의 퍼포먼스·춤·노래 공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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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착한남자? 내숭은 가라!!” 19일 오후 서울 문화관광부 청사 앞마당에서 펼쳐진 놀자궁의 '세종로 82-1 봉헌 프로젝트'파문1 가을장마 퍼포먼스. 문광부 남성공무원들이 우산을 들고 가을장마를 피하는 듯 체험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문화관광부가 예술가들의 '여성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공모한 '여성문화 창작 지원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보았다. 18일부터 21일까지 문광부 청사와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행복한 파문 만들기'가 바로 그것.

여성주의 프로젝트 그룹 '놀자궁'의 '세종로 82-1 봉헌 프로젝트', 우리 사회의 남녀불평등을 그린 애니메이션 '일벌이 되고 싶어요', 오세란춤패의 '창작춤판-바다로 가는 여울목', 90년대 후반부터 여성단체들과 활발한 작업활동을 펼친 작곡가 이원경의 '나 어떻게 키울 거예요?', 인형극 전문가와 마임이스트가 만들어 내는 섬세한 아름다움 '만개(滿開)하다'등 다섯 팀의 다양한 장르·작품이 설치, 공연됐다.

처음으로 행복한 파문을 일으킨 팀은 여성주의 프로젝트 그룹 '놀자궁'.

18일 오전 8시. 문광부 청사 출입구에 수상한 천막이 설치됐다. 천막 앞에는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한 세 명의 사람들이 출근길의 직원들을 천막 안으로 안내했다. 문광부 직원들은 이날 이 천막을 통과하기 위해 줄지어 서는 등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천막 안에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영상물이 설치됐다.

'놀자궁'의 '세종로 82-1 봉헌 프로젝트(세종로 82-1은 문광부 주소다)'는 문광부 자체가 '여성문화 확산 프로젝트'에 봉헌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문화권력, 문화 검열기관인 문광부에 대한 도전을 여러 가지 설치작품과 영상물로 표현해 냈다. 청사 앞 설치물 외에도 건물 내부와 엘리베이터에 여러 가지 설치작품과 포스터를 붙여 젠더적 관점, 섹슈얼리티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놀자궁'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획관리실의 강봉석 혁신인사담당관은 “재미있었다. 부처가 문화부인 만큼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번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의식세계가 넓어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박병환 정보화담당관은 “매일 기계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곳에 이런 설치물이 생겨 잠시라도 평등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 여성정책 담당관은 “설치물의 내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덜 충격적이고 많이 순화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청사 로비와 식당에는 암벌을 중심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꿀벌의 모습과 현대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대비해 보여주는 단편 애니메이션 '일벌이 되고 싶어요'가 상영됐다. 모계중심인 꿀벌사회와 교차해 한국사회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담았다.

이밖에도 누구든지 거쳐야만 하는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한 무용 '바다로 가는 여울목', 작곡가 이원경의 미니콘서트 '나 어떻게 키울 거예요?', 마임인형극'만개(滿開)하다'가 문광부 청사 앞마당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펼쳐졌다.

이번 공모전을 기획한 여성문화 태스크포스(TF)팀의 최진 팀장은 “여성문화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주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파임커뮤니케이션즈의 김미선 홍보팀장은 “주제의식이 명확한 팀 위주로 선정했으며 문화예술을 통해 여성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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