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사진전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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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990. 최민식은 자갈치시장의 생명력 넘치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내일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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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960. 가족이라는, 이웃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만이 어둠을 역전시킵니다. (시인 조은)

“나의 눈은 항상 낮은 데로 향해 있으며, 나와 평생을 함께 해 온 카메라의 렌즈 또한 한없이 낮은 데로 치열하게 움직여 왔다”

우리나라 제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76)의 사진인생 반세기를 회고하는 전시회가 11월 21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삶의 진실을 담아온 최민식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50년 동안 찍어온 사진 중 180여 점을 공개한다. 디지털 감수성이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는 맛보기 힘든 감동을 주는 사진전이다.

1957년 도쿄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하고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최민식은 부산에 정착해 사람을 찍기 시작했다. 그의 렌즈 안으로 들어온 것은 아이를 업은 아낙, 신문을 돌리는 장애인 청년, 항구의 노동자 등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60년대에는 비참했던 서민들의 생활상과 군부의 지배를, 80년대에는 민주화 투쟁 속에서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인물들의 모습을 포착해 권력의 부정을 고발하고 인간 존엄성에 대해 말해왔다. 극빈층을 찍었다는 이유로 수차례 사진을 압수당하고 정보부에 끌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의 손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게 할 순 없었다.

최민식은 “사진을 찍는 것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의 의식이자 고발”이라며 “이 세상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꾸준히 작업을 해오고 있는 최민식은 이번 사진전 개최에 맞춰 시인 조은과 함께 만든 사진집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샘터)도 출간했다. 시인 조은이 수백 장 중에서 고른 97장의 사진에 자신의 글을 붙였다. 흑백사진이 주는 감동과 시인의 글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외경심, 산다는 것의 의미, 소외받은 이웃의 슬픔과 지난함이 때론 가슴저미는 고통으로, 때론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다가온다. 시인 조은은 최민식의 사진에 대하여 “인간의 불행이라는 악성 바이러스를 꿋꿋이 이겨내게 하는 항체”라고 평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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