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예고된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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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순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출발한 참여정부가 드디어 지난 9월 10일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입법예고를 했다. 입법예고안은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 개정안으로 되어 있다.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예고된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파견노동자로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건설공사현장업무, 선원업무, 유해·위험업무 등 몇 개의 업무를 제외한 전체 업종에서 파견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파견노동은 간접고용에 속한다. 간접고용인 파견노동자들은 파견 과정에서 저임금과 불안한 고용 상황에 처하게 되며, 노동3권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노동자 중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다.

여성노동자들은 지난 98년 파견법이 제정된 이후 제조업 사무업종들이 파견근로로 전환되면서 근로조건이 후퇴되고 고용이 불안해졌다. 또다시 업종이 확대된다면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파견노동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것은 단지 우려가 아니며, '여성의 비정규직화'에서 나아가 '여성의 파견노동자화'로 되면서 여성노동자들의 처지는 더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원래 파견법은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나 출산·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인 인력 확보가 필요한 경우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파견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사회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의 핵심은 직접 비교대상인 남성이 있는 경우의 차별보다 성별 직종분리, 여성의 비정규직화라는 고용형태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성차별을 구조화하고 확대하는 것에 있다. 즉,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직종분리와 고용형태에 따라 구조화되고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런 점에서 볼 때 여성의 파견노동자화는 성차별의 구조화를 더욱 확대하고 고착화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에 의한 여성차별적 노동시장 구조를 심화하는 성차별적 노동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타의 분야에서 여성문제에 대해 개혁적인 태도를 보여온 현 정부가 여성노동정책에서는 전혀 개혁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정말로 아쉬운 일이다. 발표한 입법예고안이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검토는 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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