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제 없이 은이온으로 살균·항균

@a10-1.jpg

은이 녹아있는 물로 빨래를 하고 은이 함유된 옷을 입고, 은이 코팅된 바닥에 은이 들어있는 침구를 깔고 잔 다음 출근할 때는 은이 내장되어있는 구두를 신고 나갈 수도 있다. 은은 꽤나 비싼 귀금속인데 생활 속에서 은을 그렇게 흔하게 쓸 수 있는 것일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은이 몇 년 만에 바닥나는 것은 아닐까.

나노기술로 은 표면적 늘려

은은 모든 단세포 병균을 죽일 수 있으며 은과 접촉해 6분 이상 생존하는 세균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직 명확히 해명되진 않았지만 은이 세균의 호흡과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여 생명을 정지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은의 살균작용은 은수저처럼 고체 덩어리일 때는 미미하다. 만일 어떤 방법으로 은의 표면적을 늘리면 세균과 접촉하는 면적이 늘어 살균력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독자들은 은을 은박지처럼 얇게 펴거나 한복감에 은박을 입히듯이 극히 얇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은의 표면적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최첨단 기술인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다.

'나노(nano)'란 그리스어의 나노스(난쟁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를 말하는데 머리카락 굵기의 약 8만분의 1크기로 수소원자 10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정도다. 나노기술은 초미세 극한 기술로 21세기 꿈의 기술이다.

은 표면적 넓을수록 살균력 커

요즘 나노기술을 활용한 은나노 세탁기 선전이 한창이다. 기존 세탁기는 세제를 이용하여 때를 없애고 소독하려면 물에 표백제를 첨가해야 한다. 하지만 은나노 세탁기는 자체적으로 은을 풀어 살균 및 항균 작용을 해준다. 수돗물이 공급되는 곳에 은판을 설치하고 여기에 전극을 연결시켜 전기분해된 은이온이 물에 공급되는 것이다. 물에 녹은 나노 크기의 은이온(은나노) 입자가 섬유 깊숙이 침투하여 세균을 없애주기 때문에 부피가 커 자주 빨기 힘든 이불이나 삶아서는 안 되는 직물도 문제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은나노 입자가 옷감에 달라붙어 세균의 침투를 막으므로 세탁 후 옷을 입는 동안에도 항균효과가 지속된다. 그렇다면 은나노 세탁기에서 사용하는 은의 양은 얼마나 될까. 자주 은을 리필(refill)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세탁기 내장된 은으로 10년 사용

나노기술로 은 입자를 나노미터 크기로 만들면 은의 표면적이 무한대로 늘어나서 은의 살균력도 무한대로 커진다. 물 1ℓ를 살균하는 데 필요한 은의 양은 1g의 몇 백만분의 1만 있어도 충분한 것이다. 10㎏의 대형세탁기에 소모되는 물의 양은 90ℓ 정도이다.

S전자 제품의 경우 전자동세탁기에는 14돈의 은이, 드럼세탁기에는 5∼6돈의 은이 내장되어 있다. 보통 세제를 풀어 세척하는 단계에 은이온을 한 번 풀어주고 항균버튼을 눌러주면 헹구는 단계에서도 은이온을 한 번 더 풀어준다. 일주일에 네 번 빨래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장된 은이 10년은 간다. 또 은이 소모되는 경우 은판의 교체도 가능하다.

휴대폰 등 나노기술 응용 무한대

나노기술의 응용분야는 거의 무한대다. 전자통신, 첨단 재료, 의료, 생명공학, 환경, 에너지, 국방, 항공우주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21세기 인류의 삶의 질은 나노기술에 의해 크게 향상될 것이 확실하다. 디스플레이, 박막, 코팅, 세라믹스, 광디스크, 벽걸이 TV, 휴대전화, 생체의료기, 진단시약, 항암제, 신의약품, 인공장기, 바이오센서 등 나노기술이 이용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제공: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