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길을 내다] 38년 제과제빵 한 우물… 한복 입고 영업한 제빵왕 이은자 대표
[CEO 길을 내다] 38년 제과제빵 한 우물… 한복 입고 영업한 제빵왕 이은자 대표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3.06.16 08:35
  • 수정 2023-06-1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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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길을 내다] 이은자 철은인터내셔날(주) 대표이사
해외여행 가서 우연히 맛본 초콜릿에 반해 사업 시작
임신 당시 배 가리려 입던 한복이 트레이드 마크돼
이은자 철은 인터내셔날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이은자 철은인터내셔날(주)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이은자 철은인터내셔날(주) 대표이사는 1985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베이커리 재료 유통‧제조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이 대표를 포함해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본사를 비롯해 공장 등 직원 100여명이 일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창업 당시 매출은 연간 2억원에서 2억 5000만원이었어요. 2021년 12월 기준 매출 180억원입니다.”  철은인터내셔날(주)는 제과제빵 원부자재 수입‧유통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사업 영역을 넓혔다. 초콜릿이나 마카롱 등 제과제빵 완제품을 생산해 대기업을 비롯해 카페 등에 OEM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국도 제과제빵 강국 될 수 있다 확신

이 대표가 38년 동안 제과제빵 분야 사업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창업 당시 아버지의 반대가 있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래처 확보도 어려웠다. 그러나 ‘한국은 제과제빵 분야에서 된다’는 확신이 있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가 1985년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초콜릿 공장 방문을 위해 해외를 갔다가 비행기 안에서 사 온 초콜릿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프랑스, 이태리를 가면 꼭 초콜릿을 사 오잖아요. 그런데 초콜릿 원료가 그 나라에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는 한국도 프랑스나 이탈리아같이 제과제빵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은자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이은자 철은인터내셔날(주)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철은인터내셔날(주)은 베이커리 재료를 수입해 유지(크림)류‧베이킹파우더 등을 생산‧유통한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제주도 등 전국에 유통 지사 12개를 두고 있다. 철은인터내셔날(주)은 뚜레쥬르, 탐앤탐스, 이디야, 웨스틴 조선, GS25 등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와 고급 호텔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인 쥬네스의 마카롱과 베이커리 제품도 인기다. 철은인터내셔날(주)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철저한 시장 조사와 제과제빵 분야에 대한 열정이었다. 디저트 시장의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했다. 

“한국 시장에 버터크림 케이크밖에 없을 때, 생크림 케이크의 유행을 직감했습니다. 시장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대기업에서도 들여오지 않는 기계를 공장에 들여오기도 했어요.”

아버지 반대 끝에 사업 허락 받아내

이 대표는 1남 5녀 중 셋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르게 사업 아이템이나 이익을 계산하는 데 수완이 좋았다고 했다. 제과제빵 분야에 대한 확신이 있던 이 대표는 사업을 하기 위해 아버지부터 설득하기도 했다. “당시 아버지는 서울식품의 이사셨어요. 제가 결혼도 안 하고, 대학교도 안 갈 테니 결혼자금과 대학 등록금을 사업자금으로 투자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이은자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이은자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그의 아버지는 금지옥엽 키운 딸이 대학도 안 가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자, 완강하게 반대했다. 평소 이 대표에게 “산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고 여자다운 삶을 이야기 해오셨던 아버지였다. 이 대표는 고디바가 있는 일본처럼, 한국도 제과제빵 분야 강국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일주일 동안 가출을 감행하고, 사업 허락을 받아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존경한다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처럼 제과제빵 분야를 홀로 개척해 나갔다.

대신 부가세 신고 해주고 거래 성사하기도

이 대표는 창업 당시 제과제빵 유통 사업을 하는 여성 대표가 드물었다. 문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래처에서 거래하지 않으려고 했다. “1985년 사업 시작 당시 제과제빵 분야에 소매가 아닌 도매나 유통 사업을 하는 여성이 없었어요. 지금도 소매가 아닌 수입‧유통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이 대표는 제과제빵 원부자재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 책상 정리를 도맡아 하고, 부가세 신고를 대신 해주기도 했다. “거래처 대표들이 부가세 신고를 할 때만 되면 세무서 안에서 기가 죽었어요. 저는 이걸 기회로 봤어요.” 그는 세법을 독학해 부가세 신고를 거래업체 대신 해주곤 했다. 이후 거래처들과 많은 거래를 성사했다. 그는 결혼 후 임신했을 때, 배를 가리기 위해 한복을 입고 경영 활동을 이어갔다. 아무도 이 대표가 임신한 줄 몰랐다. 이후 한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은자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
이은자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

그는 철은인터내셔날(주) 창업 이후 38년 동안 제과제빵 원료 수입과 유통에 매진해 왔다. 디저트 시장의 흐름을 알아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제품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철은인터내셔날(주)은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과 일본, 중국의 디저트 시장도 철저하게 조사해 왔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은 수시로 출장을 가고, 유럽은 1년에 2번 시장조사 차원에서 방문한다. “소매로 디저트를 판매하더라도, 디저트 시장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철은인터내셔날(주)은 제과제빵 원부자재 수입 회사로 시작해 1989년부터 초콜릿을 생산하고, 마카롱은 1998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시장 조사를 하면 하나둘씩 한국 시장에 접목해 상품을 개발했다. “시장 조사 후, 상품을 개발하고 나면 1년 내지 2년 안에, 한국에도 새로운 디저트가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이 대표의 디저트 시장에 대한 남다른 감각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그의 태도 덕분에 ‘뚱카롱’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뚱카롱’을 일본에서도 납품해달라는 요청받기도 했다.

철은 인터내셔날에서 생산하고 있는 마카롱 이미지 ⓒ철은 인터내셔날
철은인터내셔날(주)에서 생산하고 있는 마카롱 이미지 ⓒ철은인터내셔날(주)

이 대표의 사업 수완은 제주도를 비롯해 일본에도 중국에도 소문이 났다. 인천 송도에서 초콜릿 체험학습장을 운영했을 당시 제주도에서도 초콜릿 체험학습장 벤치 마킹을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학습장을 찾았다. 그러다 부지 매각도 그렇고, 제과제빵에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접고, 철은인터내셔날(주)에 집중했다. 이뿐만 아니다. “2012년쯤 중국에서도 초콜릿과 제과제빵 교육을 해달라는 문의를 했어요. 그런데 교육을 진행하면 국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절했습니다.” 평소 정도 경영을 강조해 온 이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한국 디저트 시장 “시각 우선”

그는 한국 디저트 시장에 대해 “시각이 우선”이라고 했다. 유럽, 한국과 일본에서 마카롱을 대하는 소비자의 자세가 다르다고 했다. 유럽의 경우 마카롱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사 먹지만 한국과 일본은 마카롱이 보기 좋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철은인터내셔날(주)의 차별성에 대해 제품의 품질을 위해 저가상품으로 경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고품질의 원료로 승부를 봤다. “저가 마카롱이 많지만, 거래처에서 너무 가격을 내리려고 하면 거절했습니다.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철은 인터내셔날 제품 생산 공장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이은자 대표이사 ⓒ철은 인터내셔날
제품 생산 공장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이은자 대표이사 ⓒ철은인터내셔날(주)

그는 경영철학으로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있어 마침내 이루다)’을 꼽았다. “저는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제과제빵 분야라는 한 우물만 팠습니다. 청년들에게도 바른 뜻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는 20대의 열정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제과제빵 분야를 선택하겠다는 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의 디저트 시장에 대해선 앞으로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그는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선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6년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85번째 회원이 됐다. 이외에도 복지단체에 지속적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이은자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이은자 대표이사 ⓒ송은지 사진작가

*이은자 철은인터내셔날(주) 대표이사는?

이은자 대표이사는 1985년 철은인터내셔날(주) (옛 철은상사)을 설립했다. 철은인터내셔날(주)은 2002년 1월 1일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은자 대표이사는 제과제빵 원부자재 수입‧유통에서 디저트 제조, 온라인 쇼핑몰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그는 제과제빵 원료 수입과 유통에 매진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제17회 여성 경제인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0년 국세청장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노르웨이 라면왕인 이철호 씨와 참살이믹스를 단독 개발하기도 했다. 철은인터내셔날(주)은 인천광역시장상 수상, 인천세계도시축전 초콜릿 공식 후원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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