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25주년 기념 내한
8월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3년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록시 하트(케이티 프리덴)가 넘버 ‘Hot Honey Rag’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2023년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 록시 하트(케이티 프리덴)가 넘버 ‘Hot Honey Rag’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재즈 오케스트라, 관능적인 춤, 그리고 내키는 대로 사랑하고 죽이고 자신을 변호하는 여자들!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돌아왔다. 2003년, 2015년, 2017년에 이어 6년 만이다. 브로드웨이 공연 25주년을 맞아 전미 투어를 마치고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했다.

브로드웨이에서 25년간 1만 회 이상 공연된 최장수 미국 뮤지컬이다. 토니상, 드라마데스크, 올리비에상 등 최고 권위 시상식에서 55개 부문을 수상했다. 토니상 안무상 8회 수상에 빛나는 전설적 안무가 밥 파시가 1975년 처음 무대에 올렸고,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이 재해석해 선보였다. 국내에선 최정원, 아이비, 윤공주, 민경아, 최재림 등 스타들이 총출동한 한국 프로덕션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 공연을 본 적 있다면 오리지널 공연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023년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와 앙상블 댄서들이 넘버 ‘All That Jazz’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2023년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벨마 켈리(로건 플로이드)와 앙상블 댄서들이 넘버 ‘All That Jazz’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시카고’의 매력은 뻔뻔한 여자들이다. ‘시카고’의 여자들은 도덕이나 순종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남자가 바라는 대로 살지 않는다. 여섯 죄수들이 고백했듯(넘버 ‘Cell Block Tango’) 여자를 분노케 하는 남자는 미련 없이 버리거나 죽여 버린다.

주인공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도 살인범들이다. 매력적이고, 욕망에 솔직하고, 스타가 되기 위해 뭐든 하는 ‘나쁜 여자들’이다.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부르며 화려하게 등장한 벨마는 노래한다. “나는 누구의 아내도 아니지만 내 삶을 사랑해!”(No, I’m no one’s wife but, oh, I love my life!) 살인사건으로 유명해진 록시는 이 기회에 자기 쇼를 열고 남성 백댄서들을 거느릴 생각에 즐거워한다. “살인은 예술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Who says that murder’s not an art?)”

그러나 이 자존심 센 여성들도 ‘남성권력’에 의지하지 않고선 당장 목숨을 구하기 어렵다. 록시와 벨마는 타락한 변호사 빌리 플린, 가십을 좇는 언론과 결탁하고, 여론을 뒤집어 무죄판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반성이나 후회 따윈 하지 않는다. 두 여자는 함께 유쾌하게 춤추고 노래하며 스타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불러내는 ‘여성서사’이자, 기묘하고 통쾌하고 섹시한 작품이다.

2023년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록시 하트(케이티 프리덴)와 앙상블 댄서들이 넘버 ‘Roxie’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2023년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록시 하트(케이티 프리덴)와 앙상블 댄서들이 넘버 ‘Roxie’를 부르며 춤추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벨마 역의 로건 플로이드, 록시 역 케이티 프리든이 농염한 매력과 탄탄한 노래·춤 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프리든의 변화무쌍한 표정 연기, 14인조 빅밴드의 열정적인 연주, 폰트 종류와 크기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만든 자막도 호평받고 있다. 지난 5월3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플로이드는 “첫 공연은 아주 즐거웠다. 관객들이 넘버 ‘핫 허니 래그’(Hot Honey Rag)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는데, 200회 공연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단 팬들이 기대하던 빌리 플린의 복화술은 이번 공연에선 빠졌다. 플린 역 제프 브룩스는 “고민이 많았는데 배우로서 복화술 없이도 록시를 조종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연은 8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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