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한 김기덕 감독 신작 '빈 집'

가학·피학 일관하던작품 세계 방향 선회

가정폭력 소재로 소통부재 상황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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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작 '빈 집'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이기태 기자 lee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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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빈 집'에서 여주인공 선화(이승연)는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린다.

오토바이를 타고 광고 전단을 집집마다 붙이는 한 남자(태석, 재희 분)가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단이 떨어져 나가지 않은 '빈 집'에 숨어든다. 빈 집에 숨어든 남자는 몸을 씻고, 밥을 먹는다. 집 안에 고장 난 물건이 있으면 고쳐놓고 빨래도 해놓는다. 집주인이 돌아오기 전에 집을 나와 다시 광고 전단을 붙이고 또 다른 빈 집을 찾아 숨어든다.

그러다 어느 날 빈집인 줄 알고 들어간 곳에서 한 여자(선화, 이승연 분)를 만난다. 눈은 시퍼렇게 멍들고 입술은 터진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연민을 느낀다. 그런 그녀를 때린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선화남편, 권혁호 분)가 집에 돌아와 다시 그녀를 때린다. 그는 그 남자의 폭력이 참을 수 없다. 그래서 골프채를 들고 그를 향해 골프공을 날린다. 그리곤 그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선 남자 뒤로 여자가 뒤따른다. 두 사람은 다시 전단을 붙이며 빈 집을 찾아 숨어든다.

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신작 '빈 집'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여러 의미에서 김 감독의 영화인생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다. 우선 2회 연속으로 세계적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해 세계적 감독의 명성을 얻었고, 그의 영화의 단골소재였던 '여성에 대한 가학적, 피학적 폭력'을 걷어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가정폭력'을 소재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현실의 폭력에 괴로워하는 선화의 팬터지다. 고통의 탈출구로 자신을 구원해줄 태석이라는 존재를 꿈꾸는 것이다. 제목 '빈 집'은 곧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의 동의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 영화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여자, 선화가 도피를 꿈꾸는 '환상의 로드무비'이며 결국에는 폭력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여자의 닫힌 현실을 보여주는 '여성 비극사'다.

이번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대사 없이도 두 주인공은 눈빛과 몸짓으로 소통하지만 정작 그들은 현실과 세상과는 소통하지 못한다. 태석은 자신의 (실제 전단을 붙이는 그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BMW이며 그를 취조하는 형사의 대사 “웬만큼 배운 놈이 왜 그래?”에서 짐작할 수 있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며 선화는 (탈출하지 못한 그녀가 자살하는 것을 상징하며 영화가 끝나는 것에서) 폭력적인 현실과 남편을 외면하고, 남편은 자신의 사랑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무시한다.

영화 마지막에서 두 주인공은 몸무게 위에 올라서는데 눈금은 0을 가리킨다. 마치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실제로는 현실로부터 탈출할 수 없는 선화의 비극적 종말을 암시하며 모든 존재를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리고 올라오는 마지막 자막이 이 영화가 갖는 모든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작품성을 관통하는 시장원리, 그 한가운데 '그'가 있다

세계영화제, 왜 '김기덕'인가

김기덕 감독이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제57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섬'을 출품하면서부터이다. 바로 한 해 전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극도의 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유럽영화인들에게 쇼크를 줬던 직후였고 '섬'에서 보여준 엽기적인 표현들은 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한편으로 '한국영화=극도의 사디즘과 마조히즘+사회성의 결합'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한 해에도 수편의 영화를 만들어 매회 새로운 작품을 발굴해야 하는 영화제 관계자들의 요구에 부합했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가 올 한 해 동안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라는 굵직한 세계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휩쓸 수 있었던 것도 단시간 동안 '사마리아' '빈 집'을 제작해 영화제마다 다른 작품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11편의 영화를 찍어온 그의 영화이력에 '해외 영화제 수상작'은 많지만 정작 '흥행 기록작'은 '나쁜 남자'가 유일하다. 단기간, 저예산으로 작품을 찍는 그는 '해외 영화제 수상'을 통해 해외흥행과 해외투자를 동시에 노린다고 했다.

지난 9월 21일 신작 '빈 집'을 언론에 첫 공개한 자리에서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한국 저예산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빈 집'은 소박한 영화다. 그런 소박한 영화에 큰 왕관이 씌워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 왕관 덕에 이미 해외 세일즈가 끝났다. 해외시장에서 마케팅비를 쓰지 않고도 이미 100만 달러의 수출고를 올려 제작비를 회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빈 집'은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일본 해피넷이라는 회사의 100% 투자로 제작됐다.

그는 또 해외관객을 노리고 영화 속 대사를 일부러 없앤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해외 관객뿐 아니라 해외영화제 심사위원도 의식해 대사의 장벽을 허문 것”이라고 답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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