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쥐스틴 트리에 감독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 주연
법정 드라마 ‘아나토미 오브 어 폴’
여성감독 영화론 세 번째 황금종려상
경쟁부문 진출 7편은 여성감독 작품...역대 최다

2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아나토미 오브 어 폴’(Anatomy of a Fall)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아나토미 오브 어 폴’(Anatomy of a Fall)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칸 영화제의 선택은 ‘여성’이다. 여성 감독 경쟁 부문 진출작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40대 프랑스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40대 독일 여성 배우가 주연한 스릴러 영화가 켄 로치, 빔 벤더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의 작품을 제치고 최고상을 차지했다.

쥐스틴 트리에(Justine Triet·45) 감독은 2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아나토미 오브 어 폴’(Anatomy of a Fall)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받았다.

여성 감독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1993년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 2021년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여성 작가가 벌이는 치열한 법정공방 드라마다. 소설가 산드라, 남편 사무엘과 앞을 볼 수 없는 아들 대니얼은 도시에서 떨어진 산간 지역에 살고 있다. 남편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산드라는 살해 혐의로 기소되고, 유일한 목격자로 아들이 지목된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 유럽 영화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았다.

올해 경쟁 부문 진출작 21편 중 여성 감독 영화는 총 7편으로 역대 최다였다. 트리에 감독 외에도 카트린 브레야, 카트린 코르지니, 예시카 하우스너, 알리체 로르바케르, 카우타르 벤 하니야, 라마타-툴레 시 감독 작품이 초청돼 주목받았다.

할리우드 원로 배우 제인 폰다는 이날 시상에 앞서 “제가 1963년 처음 칸 영화제에 왔을 때 여성 감독은 없었고 그게 문제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먼 길을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여성감독 영화 역대 최다 경쟁부문 진출은) 역사적이지만, 언젠가는 평범한(normal)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에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칸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여성 감독이 고작 세 명밖에 안 된다는 데 “깜짝 놀랐다”며 “우리는 깊은 변화의 시작 앞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를 발칵 뒤집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혁을 비판하기도 했다. 트리에 감독은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충격적인 방식으로 부정당하고 억압받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영국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에 돌아갔다. 2차 세계대전 때 벌어진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독일인과 그 가족의 일상을 다뤘다. 심사위원상은 핀란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폴른 리브스’(Fallen Leaves), 감독상은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쩐아인훙(Tran Anh Hung)의 ‘포토푀’(The Pot-au-Feu), 각본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몬스터’(Monster)가 받았다.

2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튀르키예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영화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About Dry Grasses)의 메르베 디즈다르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튀르키예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영화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About Dry Grasses)의 메르베 디즈다르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빔 벤더스 감독 영화 ‘퍼펙트 데이스’(Perfect Days)에 출연한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빔 벤더스 감독 영화 ‘퍼펙트 데이스’(Perfect Days)에 출연한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여우주연상은 튀르키예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About Dry Grasses)의 메르베 디즈다르가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스’(Perfect Days)에 출연한 일본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가 받았다.

한편 가정폭력 의혹을 받는 배우 조니 뎁이 영화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 ‘잔 뒤 바리’를 통해 복귀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으로 이름을 알린 프랑스 배우 아델 에넬은 텔레라마지에 공개서한을 보내 “(칸 영화제와 프랑스 영화계가) 강간범들을 방어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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