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꾸는 ‘용산공원’ 정원 조성 정부 건의
2026년까지 녹지 연결해 ‘서울초록길’ 조성
서울정원박람회 기간 일주일→두 달로 늘려
오세훈 “어디서든 5분 내 녹지공간이 목표”

경춘선에 조성된 녹지. ⓒ서울시 제공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경춘선숲길. 버려졌던 폐철길을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원으로 조성했다. ⓒ서울시 제공

빽빽한 도심 속 회색 구조물 대신, 365일 어디서든 푸른 정원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시는 세계적인 정원 도시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24일 발표했다.

최근 세계 여러 도시들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폭우, 미세먼지 발생 등 자연재해 대응과 함께 도시경쟁력을 높이고자 환경도시, 녹색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로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시와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역시 도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보라매공원 재정비, 노을공원 개장, 북서울꿈의숲 조성 등을 통해 서울 곳곳을 녹색으로 채워왔다.

노력의 결실로 서울의 공원율(28.53%)과 1인당 도시공원면적(17.74㎡이상, 2022년)은 증가했지만, 국립공원 등 외곽산림을 제외한 도보 생활권공원 면적은 1인당 5.65㎡에 불과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비움’ ‘연결’ ‘생태’ ‘감성’이라는 4가지 핵심전략과 30여개의 사업으로 ‘정원도시, 서울’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약 6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규 사업 14개에 소요되는 비용은 1000억원 가량이다.

송현동에 조성된 해바라기 밭. ⓒ서울시 제공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조성된 해바라기 꽃밭. 서울시는 4m였던 담장을 1.2m로 낮추고 서울광장보다 3배 큰 1만㎡의 잔디광장을 조성했다. ⓒ서울시 제공

우선 서울시는 꽉 찬 도심의 공간을 ‘비워’ 여백과 쉼의 공간으로 조성한다.

지난해 시민 곁으로 돌아온 송현동 부지(2만6604㎡)는 오 시장의 원칙대로 이건희미술관 외에는 별도 시설물 없이 도심 속 정원으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미군이 떠나고 남은 242만6748㎡의 용산공원은 세계 여러 나라 대표 정원을 선보이는 세계정원으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린다는 정부의 방향과 궤를 같이해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내가 그린 정원’을 건의할 예정이다.

마곡3지구 문화시설부지는 서울식물원과 연계해 계절별 야생화를 심고 시민이 즐겨 찾는 여가공간으로 꾸민다.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영동대로, 국회대로, 경부고속도로의 구간 상부는 정원으로 꾸며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또한 시는 시민들이 더 가까이에서 여가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공원, 녹지대, 산책로를 ‘연결’한다.

서울 전역의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고 정비하는 대규모 사업인 ‘서울초록길’을 오는 2026년까지 총 2063㎞의 녹색네트워크로 만든다. 서울초록길 시범조성사업은 대상지 선정을 거쳐 하반기 본격 추진한다.

기존 8개 코스로, 한 구간이 너무 길어 접근이 어렵던 서울둘레길은 21개 코스로 확대돼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하철과 연결되는 구간은 기존 17개에서 49개까지 대폭 늘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원도시, 서울’ 계획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정원도시, 서울’ 계획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시는 외곽의 산과 한강, 가까운 지천은 치산, 치수를 넘어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머물며 쉴 수 있는 ‘생태정원’으로 가꾼다.

남산 야외 숲박물관을 남산야외식물원 주변에 조성하고 보상이 완료된 공원부지에는 훼손된 식생을 복원하고 계절별 꽃을 심어 정원으로 꾸민다. 한강공원 내 꽃길, 꽃밭 등을 조성해 자연체험공간을 만들고 도심 하천을 생태·여가명소로 조성하는 ‘물의 정원’ 사업을 올해 불광천, 묵동천 등 4개소에서 시범으로 조성한다.

‘감성’에는 정원과 수준 높은 계절별 화초정원으로 새로운 서울의 힐링 랜드마크를 키우겠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 프랑스 쇼몽의 정원 박람회처럼 정원이 대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도록 감성을 투영하겠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진행되던 서울정원박람회를 올해부터 두 달로 늘리고 내년에는 유명 해외작가들과 공모정원 등 수준 높은 정원을 볼 수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뚝섬한강공원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간 진행한다. 정원도시 서울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과 기업을 위해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이날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접 발표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에는 나무, 잔디 심어서 면적을 늘리는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선진국형 녹지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정원을 만드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는 게 (과거 정책과) 크게 다른 점”이라면서 “어디서든 5분 내에 녹지공간을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최대한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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