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20년 40세↓여성 자살률 10만명당 4.6명
같은 기간 한국여성 자살률 13.6명→16명 급증
이코노미스트, 한국여성 높은 자살률 원인 분석
“한국 여성 직장 내 차별... 육아 전담 압박받아”
“여성 혐오, 불법촬영 등 용인하는 사회 노출돼”

‘여성노동연대회의’가 지난 3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노동시장의 뿌리 깊고 누적돼온 성차별을 고발하는 ‘2023 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여성노동연대회의’가 지난 3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노동시장의 뿌리 깊고 누적돼온 성차별을 고발하는 ‘2023 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급증하는 한국여성 자살률의 원인 중 하나로 “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모순적인 기대”를 꼽았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수년간 감소한 한국의 자살률을 여성이 끌어올리고 있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함께 자살률 1,2위를 다툰 리투아니아를 비교하며 “두 국가는 지난 10년간 (자살률)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2018년부터 한국의 자살률이 다시 증가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자살률의 특징에 대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남성의 수는 증가하지 않았지만, 여성 그중에서도 특히 20~30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가 18개국 40세 미만 여성의 2018~2020년 자살률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을 제외한 17개국 평균 자살률은 10만명당 4.6~4.7명으로 변동이 미비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자살률이 13.6명에서 16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자살률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사회가) 여성에게 모순적인 기대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치열한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은)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가정에서는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시달린다”고 했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여성들이 “성차별적인 외모 기준, 여성 혐오, 성적 학대, 불법촬영 등 혐오스러운 관행을 용인하는 (한국사회의) 문화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의 10대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SNS)에 생중계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우울증 갤러리’ 회원인 10대 여학생이 강남의 한 고층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지난 5일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10대 여학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구조되기도 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내놓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여성들이 고통받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려면 보다 진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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