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가 김용관 작가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전
8월6일까지 DDP디자인갤러리

김용관, 지평집, 2020, 112x171.5cm / 건축가 조병수 ⓒ김용관 작가
김용관, 지평집, 2020, 112x171.5cm / 건축가 조병수 ⓒ김용관 작가

거제 가조도 끝자락엔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집이 있다.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숙소, 지평선 아래로 스며드는 공간이라 지평집이다. 건축사진가 김용관 작가는 이 아름다운 집 벽면에서 자연이 그린 산수화를 발견했다(2020년작 ‘지평집’). 

제주도엔 눈보라가 휘몰아친 날 이야기다. 김용관 작가는 뉴스를 보다 문득 이타미 준이 지은 제주 수풍석 미술관의 설경을 생각했다. 바로 제주행 비행기에 탔다. 차량 출입도 통제될 정도의 폭설에 몇 장 못 찍고 철수했지만, 이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탄생했다. 설원 위 풍미술관의 사진이다. “어딘지 쓸쓸한 느낌이 이타미 준을 닮지 않았나요.” 눈에 뒤덮인 석미술관,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 사이로 보이는 수미술관 사진도 많은 이가 좋아하는 그의 대표작이다.

김용관, 비오토피아 풍뮤지엄, 2005, 122×160cm / 건축가 Itami Jun ⓒ김용관 작가
김용관, 비오토피아 풍뮤지엄, 2005, 122×160cm / 건축가 Itami Jun ⓒ김용관 작가
김용관, 비오토피아 석뮤지엄, 2005, 122×154cm / 건축가 Itami Jun ⓒ김용관 작가
김용관, 비오토피아 석뮤지엄, 2005, 122×154cm / 건축가 Itami Jun ⓒ김용관 작가

건물에도 표정이 있다. 건축물을 둘러싼 자연과 사람과 계절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순간이 있다. 김용관은 그 순간을 절묘하게 카메라에 담는 작가다. 건축은 자연과 도시 속에서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생동하는 대상이다. 그의 건축 사진이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사진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여러 상징적인 건축물들을 김용관만의 색으로 담은 전시,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작가가 찍은 건축 사진 수천만 장 중 장소의 현상학적 풍경이 두드러진 40여 점을 직접 골라 선보인다.

김용관은 1990년대부터 한국 현대건축의 변화와 발전을 기록하고 있다. 건축 매거진 월간 ‘SPACE」와 ‘건축과 환경」(현 C3)의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한국 건축 사진가 최초로 플라토갤러리(구 로뎅갤러리) 건축 사진으로 1999년 AIA 뉴욕건축가협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도미니크 페로, 이타미 준, 민성진, 조병수, 김찬중, 김태수, 마리오 보타, 조민석,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알려왔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건축 사진 필름 1만여 점을 아카이빙용으로 기증했다.

김용관은 작가 노트를 통해 “내가 찍는 사진은 나의 직업이자 나의 삶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건물을 디자인하는 건축가들의 고민과 시간을 담아낸 함축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온전히 나의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건축물은 주변의 수많은 관계를 통해 탄생하듯 나의 작업도 관계에서 출발한다. 관계야말로 건축이 가진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것을 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관, 서울 해방촌, 2021, 106×172.5cm ⓒ김용관 작가
김용관, 서울 해방촌, 2021, 106×172.5cm ⓒ김용관 작가
김용관, DDP, 2023, 122×162cm / 건축가 Zaha Hadid ⓒ김용관 작가
김용관, DDP, 2023, 122×162cm / 건축가 Zaha Hadid ⓒ김용관 작가

작가가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는 해방촌 야경, “현대건축이 구현하기 어려운 디테일”을 포착한 내소사 대웅보전 사진도 놓치지 말자. 사진 속 건축과 건축가에 관한 풍성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도 5월~7월 중 월별 2회씩 열린다. 오는 6월15일엔 포럼도 열린다. DDP 홈페이지 또는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전시는 8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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