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때로는 20세 청년보다는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20대라도 인간은 늙은이지만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익히 들어 아는 새뮤얼 울만의 시 '청춘' 중 일부 구절이다. 고령화 사회 위기론이 대두되고 '젊은' 노인이 급속히 늘어나는 요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픈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기도 하다.

“늙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란 근본적 물음을 할라치면 “과연 누가 진짜 노인인가”란 의문이 함께 따라 나온다. 누구는 여전히 빛나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모모 여배우를 예로 들며 “TV가 나이를 지워버렸나” 고개를 갸우뚱 한다. 누구는 “노화란 세상과의 소통능력을 잃어가면서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것”이라는, 시 구절에도 딱 들어맞을 듯한 심리적 분석을 한다.

이런 저런 나이듦에 대한 화두는 말미엔 결국 “이렇게도 늙을 수 있는 법도 있구나!”란 노년의 비전을 발견하고픈 욕망으로 끝을 맺는다.

이런 가운데 여성노인들의 삶에 대한 소박한 만족도는 한편으론 하나의 가능성을, 한편으론 서글픔을 선사한다.

~b-1.jpg

포켓볼을 치며 동료 여성노인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여성노인. 노인일수록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미덕이 되고 있다.

장소-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사진-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최근 '한국 사회의 노화'를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한림·컬럼비아· 코넬대 국제심포지엄에서 한 연구자는 객관적 삶의 조건은 남성노인이 여성노인보다 훨씬 낫지만,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여성노인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분석인즉, 남성은 아내의 지원을 받으며 경제권을 장악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오다가 정년 이후 상황이 급속히 악화돼 상대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노인들은 주로 교육수준, 거주지역, 용돈을 통해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데, 이중 '용돈'이란 요소는 그 동안 가정 내에서 경제권과 재산권을 박탈당해온 데 대한 보상심리라는 것이다.

10월 2일 노인의 날, 언젠가는 나도 맞닥뜨리게 될 노년의 문제를 다시 한번 주의 깊게 꺼내어 살펴본다. 젊음이 계속 숭배되고 자고 일어나면 첨단문화와 마주치는 역동적인 사회에서 최대한 '젊은' 노인이 되려고, 또 사회 톱니바퀴 속에서 엇박자를 내지 않으려고 노심초사 하지나 않을까. 왠지 불안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할 것 같다.

남성 중심 사회 문화와 관행의 흔적을 고스란히 내 안에 간직한 채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체념하며 늙지는 않을 것 같다. 적어도 나를 포함한 우리 시대 여성들은.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개인 역사를 말해주는 주름살의 흔적과 각인을 부디 두려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