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디저트 인기 제친 전통 간식

한과미의식 앞 전통 간식들  ⓒ김민정 기자
한과미의식 앞 전통 간식들. ⓒ김민정 기자

레트로 바람을 타고 약과, 개성주악, 떡, 전통주 등 전통 음식이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2030세대 사이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 판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약과 열풍” 기존 디저트 인기 제쳐

서울 종로에서 떡집을 하는 A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약과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커피, 아이스크림과 같이 곁들여 먹으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약과, 개성주악, 인절미 등 전통 간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ASMR, 먹방, 쿡방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접할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최근 4년간 디저트 전문점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매출액‧신규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 떡·한과의 매출 증가액이 아이스크림, 도넛, 케이크 등 기존 인기 디저트를 제치고 1위(66%)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과를 판매 중인 한 수제 약과 판매점에서는 “최근 약과 열기가 뜨거워져 못해도 하루 100팀 이상이 약과를 구매해 간다”고 밝혔다.

‘설빙 흑임자순희’ 막걸리 ⓒ보해양조
‘설빙 흑임자순희’ 막걸리 ⓒ보해양조

너도나도 ‘레트로 열풍’ 식품업계 ‘흑임자, 인절미, 약과’ 제품 출시

식품업계는 최근 2030 세대들의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흑임자, 인절미, 떡 등이 들어간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던킨은 올해 설 한정판매로 출시한 ‘약과 글레이즈드’ 도넛이 출시 열흘 만에 20만 개의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약과 글레이즈’에 이어 이달에는 ‘달고나 츄이스티 약과’를 출시했다.

오리온은 기존 초코파이에 흑임자, 인절미를 첨가하고 떡을 넣어 만든 상품을 출시해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아울러 스타벅스는 지난해 ‘흑임자 크림 케이크’를, 커피빈에서는 이번 달부터 조청 약과 케잌을 선보이기도 했다. 배스킨라빈스는 인절미 떡과 흑임자 볼이 박힌 시즌 한정 아이스크림 ‘찰떡콩떡’을, 빽다방은 쑥을 이용한 ‘쑥쑥라떼’를 내놨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주류업체들까지 흑임자, 쑥, 인절미 등을 활용해 만든 상품을 공개했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출시 2주 만에 홈플러스 막걸리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인절미 막걸리’에 이어 최근 ‘흑임자 순희’ 막걸리를 출시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약과 거래 게시글 ⓒ당근마켓 거래 게시글 갈무리
당근마켓에 올라온 약과 거래 게시글 ⓒ당근마켓 거래 게시글 갈무리

‘약켓팅’ 신조어 등장에 프리미엄(웃돈)까지 얹어

장인약과 등 약과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까페나 매장에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의정부 유명 약과 카페 ‘장인, 더’ 판매 홈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인기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할 정도라 ‘약켓팅’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개인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약켓팅에 실패했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이에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약과를 판매하기도 한다.

유튜브에는 ‘엄마손 약과’ 만드는 방법도 인기다.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에는 ‘엄마손 약과’ 만드는 방법도 인기다. ⓒ유튜브 갈무리

‘돈이 없나 약과가 없지’, ‘엄마손 약과’에 ‘개성주악’ 직접 만드는 방법도 인기

약과를 비롯해 찹쌀가루와 밀가루에 막걸리로 되직하게 반죽 빚어서 기름에 지져낸 떡인 개성주악도 인기다. 청년층 사이에선 ‘돈이 없나 약과가 없지’, ‘작은 녀석이 비싸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손을 걷어붙이고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인기다. 유튜브나 포털,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면 전통약과, 모약과, 개성주악 등 전통간식 레시피나 직접 만들어 인증한 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다.

30대 직장인 김 모씨도 “약과, 한과, 인절미 등 전통 간식을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다”며 “전통 간식도 대중적인 취향으로 떠올라 케이크, 주류, 쿠키, 도넛 등으로도 접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디젤의 언더웨어를 입고 ‘디젤 X 원소주 스피릿 에디션’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박재범.  ⓒ박재범 인스타그램 갈무리
디젤의 언더웨어를 입고 ‘디젤 X 원소주 스피릿 에디션’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박재범. ⓒ박재범 인스타그램 갈무리

‘레트로 열풍’에 가수 박재범 ‘원소주’ 등 전통주도 인기

최근 이색적인 전통주나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 전통주 등 차별화된 전통주가 ‘레트로 열풍’에 인기를 끌고 있다. 주류회사 원스피리츠는 가수 박재범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원스피리츠는 지난해 초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를 출시했다. 가격이 일반 소주보다 10배 정도 비싸지만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인기다. 지난해 GS25가 집계한 증류식 소주 판매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원소주’만이 아니다. 전통주는 지난 2017년부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통주 시장은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기 시작한 2017년에는 4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지난 2020년엔 627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1.5배 성장했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려면 농업 경영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100%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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