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1년2개월 넘게 버텨왔던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받아 봄철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록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도 대반격을 공언하고 있다. 봄이 시작된지 두달이 지났지만 아직 대반격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대반격의 시점은 아무도 단정할수 없다며 더 늦어질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 시도 이후 러시아에서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제거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전범재판을 거론하는 등 장외에서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 젤렌스키 "실패를 예상하지 않는다"

바흐무트를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바흐무트를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적극적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실패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알렉산더르 더 크로 벨기에 총리와의 회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반격의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 공장, 기업가들도 우리 군대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해 매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100% 성공이 보장된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들을 잃고 있을 때 성공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우방으로부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거칠어지는 장외 공방

크렘린궁 지붕위에서 드론으로 보이는 조그만 물체가 폭발해 화염에 휩싸였다. ⓒIhor Lachenkov 텔레그렘
크렘린궁 지붕위에서 드론으로 보이는 조그만 물체가 폭발해 화염에 휩싸였다. ⓒIhor Lachenkov 텔레그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봄 대반격을 앞두고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고 있고 러시아는 젤렌스키 제거를 거론하는 등 장외 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심장부인 크렘인궁의 드론 격추를 우크라이나의 푸틴 대통령 암살시도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밤새 드론 2대로 크렘린궁을 공격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RIA 노보스티 통신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 시도 당시 크렘린궁에 없었으며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무사하며, 일정에도 아무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은 이러한 발표를 뒷받침할 어딴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시도에 대한 세부 사항도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보복을 예고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보복할 권리를 갖는다"고 강조했고,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러시아 하원) 의장은 "우크라이나 테러 정권을 저지하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 사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젤렌스키와 그 일당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데에도 그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박했다.

핀란드를 방문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영토에서 계속 싸운다. 우리는 우리의 마을과 도시를 지키고 있다"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방문하기 위해 ICC가 소재한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면 푸틴은 국제전범재판에 직면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러시아가 통치 중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군의 습격으로 폭발하면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Razvozhaev 페이스북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러시아가 통치 중인 크름반도 세바스토폴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군의 습격으로 폭발하면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Razvozhaev 페이스북

하루전에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브랸스크주에서 폭발로 인해 화물열차 한 대가 탈선했다. 알렉산드르 보고마즈 브랸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화물열차가 탈선한 건 역 근처에서 미확인 폭파 장치가 터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철도국도 ‘승인되지 않은 개인의 침입’으로 열차가 탈선하고 기관차에 불이 붙었다고 발표했다. 

전날에도 브랸스크의 우네차 지역에서 폭발물 때문으로 추정되는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 탈선 사고에 우크라이나가 개입됐는지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달 29일에는 러시아가 통치 중인 크름반도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유류 저장고가 불에 탔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오전 크름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의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습격을 받은 뒤 폭발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세바스토폴에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유류 저장고에 대한 공격은 자국군에 의한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각) 밝혔다. 

서방 언론은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예고했던 올봄 대공세에 대한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 반격 준비는 끝났다...서방 전차 1800대 배치

독일과 영국 등 서방이 지원한 전차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독일과 영국 등 서방이 지원한 전차가 속속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회원국과 파트너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전투 차량의 98% 이상이 이미 전달됐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갖고 "장갑차 1550대 이상과 탱크 230대, 그리고 대량의 탄약을 포함한 기타 장비가 우크라이나에 보내졌다"고 말했다.

서방은 9개 이상의 우크라이나 기갑여단에 대한 훈련 및 장비를 제공했다.

나토 사무총장은 "이(나토의 지원)는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탈환을 계속 시도하는데 유리한 고지에 있도록 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강 점한 땅을 되찾는 것은 평화 회담이 성사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더 강력한 협상 위치에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봄 대반격을 위해 탱크 300대, 보병 전투차량700대, 박격포 500기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군 총사령관이 발표한 수치는 특정 작전에 대한 군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점령된 우크라이나 땅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장비와 무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탱크와 대공 시스템에 대한 몇 가지 획기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F-16 전투기, 탄약, 중화기, 박격포 등은 여전기 공급이 부족하다고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2일(현지시각) 계엄령과 총동원령 90일 연장안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는 이날 계엄령과 총동원령을 5월20일부터 90일 더 연장하는 대통령령을 승인했다고 우크린포름과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의회는 계엄령 연장에 관한 대통령령 9259호와 총동원령에 관한 대통령령 9260호를 각 324명과 333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연장 기간은 8월18일까지이며, 이후 또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번 연장은 7번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한 지난해 2월24일 당일부터 3월 26일까지 첫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어 그해 4월25일, 5월25일, 8월23일, 11월21일, 그리고 올해 2월19일, 5월20일까지 각각 연장했다.

이 기간 중 징집 대상인 18~60세 남성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출국이 금지된다.

우크라이나가 오는 9일 러시아의 전승절을 맞아 대반격의 서막을 열 가능성이 있다고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가 보도했다.

◆ '곡창지대의 진흙탕' 대반격의 장애물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탱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탱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전차 진격으로부터 수도 키이우를 방어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곡창지대의 진흙탕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각) 서방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주력 전차 등이 이 진흙탕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우크라이나 여러 전선에서 땅이 굳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배치된 제43 독립포병여단은 사실상 기동을 멈춘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독일제 PzH-2000 자주포로 무장한 이 부대는 탄약이 넉넉한 데다 충분한 휴식도 취해 전력이 양호한 상태로 평가 받지만, 질퍽한 땅이 마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많은 봄비가 내린 데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목표로 설정한 동남부 자포리자주는 최근 몇 주간 지속된 폭우로 인해 전장이 “젤라틴 스프”처럼 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어로 ‘진흙의 계절’이라는 뜻의 라스푸티차(Rasputitsa)는 매년 봄과 가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지의 토양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크라이나어로는 ‘베즈도리자’로 불린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는 체르노좀(Chernozom)이라고 불리는 검은색 토양 지대가 넓게 분포하는데, 영양분은 풍부하지만 점토질인 이 땅은 봄이 되면 검은 진창으로 변한다.

◆대반격 언제하나..."아무도 모른다"

우크라이나군의 93 기계화여단이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우크라이나군의 93 기계화여단이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우크라이나의 군 수뇌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봄철 대반격을 논의하고 준비해 왔다.

겨울과 이른 봄 내내 언론과 군사 분석가들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의 공세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대해 논의했다.

다양한 군사 전문가들이 TV와 유튜브, 온라인 매체에 매일 등장해 언제 시작될지 예측하고, 화살표로 수십 개의 지도를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이 어디서 어떻게 공격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 대규모 반격 공세가 시작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핀란드·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등 서방의 무기 지원 속도와 무관하게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불행히도 (서방 무기 지원 시점과 반격의) 조건이 좀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날씨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반격을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유출문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정치 지도자들은 주요 선진 7개국(G7)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크라이나의 대규모 반격의 전망과 시기와 관련한 비공개 브리핑을 가졌다.

회담에 참석한 외교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들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는 '4월'과 '5월'로, '반격의 시작'이라는 단어가 뒤를 이었다. 신중한 우크라이나어 사용자들은 전선에서 대규모 작전을 시작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반격이 시작되는 시점이 산술적인 평균으로 5월에서 6월 사이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출된 문서가 영향을 미찬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많은 비로 지나치게 습한 날씨는 물류와 중장비의 이동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우리 파트너들의 무기 이전 지연은 이 장비의 상당 부분이 아직 우크라이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군과 정치 지도자들은 이 모든 이야기가 예상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우크라이나군이 언제 어디서 반격을 개시할지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은 지구상에 5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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