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동수내각이 사람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이유는 성별균형과 다양성이 모두 충족됐기 때문이다. 당시 장관 중 2명은 원주민, 3명은 외국 출생, 2명은 시크교도, 1명은 무슬림, 2명은 무신론자, 1명은 유방암 환자, 2명은 장애인, 1명은 성소수자, 1명은 빨강머리였다. ⓒ캐나다 총리실
2015년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동수내각이 사람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이유는 성별균형과 다양성이 모두 충족됐기 때문이다. 당시 장관 중 2명은 원주민, 3명은 외국 출생, 2명은 시크교도, 1명은 무슬림, 2명은 무신론자, 1명은 유방암 환자, 2명은 장애인, 1명은 성소수자, 1명은 빨강머리였다. ⓒ캐나다 총리실

남녀동수 공천을 위한 입법과 정당의 책무를 규정하고 매년 5월 25일을 남녀동수의 날로 지정하고 이 날을 포함하는 주를 남녀동수주간으로 기념하고자 하는 ‘정치분야 남녀동등참여지원에 관한 법률안’(인재근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이를 촉구하기 위한 ‘남녀동수의 날 범국민 준비위원회’가 발족되어 전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달 5월 25일 첫 번째 남녀동수의 날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우리의 남녀동등정치는 2004년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을 도입한 이후 20년 가까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남녀동등정치를 위한 제10차 헌법개정 청원, 50% 여성공천할당과 남녀동등정치를 위한 정당의 책무를 강화하는 정치관계법개정안 발의. 남녀시민 및 정치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동수민주주의 교육 등을 통한 의식개혁운동을 추진해왔고 오늘 다시 남녀동수의 날 제정운동을 시작한다.

32개국 동수 또는 여성 할당제 도입

남녀동수는 거역할 수 없는 세계사적인 흐름이다. 이미 국제의원연맹(IPU)는 성평등 증진은 더 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우선과제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의회진출을 선언했고 유엔 여성기구(UN Women)은 2030년까지 남녀의 지위가 50대 50으로 동등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2019년 기준 여성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는 126개 국가들 중에서 32개 국가가 헌법이나 정치관계법에 동수할당이나 성별 평등을 위한 여성할당제의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이 곧 추가될 듯하다. 올해 3월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사회구성원의 절반이 여성이기 때문에 정치, 경제적 권력의 절반은 여성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동등 대표성 법안의 제정을 발표했다. 동 법안은 각종 선거에서의 남녀동수공천만이 아니라 내각구성에서의 특정성의 40% 이상 임명과 노동자수 250명 이상 연간매출 5000만 유로 이상의 상장기업 경영진의 40% 이상 여성 임명, 각종 협의회 이사회와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수상자 심사위원단의 40% 이상 여성 임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공직선거에서 동수공천을 법제화한 나라는 많아도 내각 구성의 동등대표를 법으로 명시한 나라는 스페인이 최초일 것이다. 남녀동수는 공직선거에서 시작해 내각구성 그리고 사회경제 전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남녀동수의 실현은 국민주권의 완성

남녀동수는 민주주의의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치자이면서 피치자인 정치를 의미하지만 현실은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치자인 국민의 대표자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직접 국가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이상을 가장 근접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평등한 대의제를 구성하는 일이다. 국민의 얼굴을 닮은 의회, 그것이 남녀동수가 지향하는 바이다. 남녀동수는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권력구조를 혁신하여 모든 구성원, 모든 남녀시민들이 진실로 ‘평등한’ 권력을 향유해야 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남녀동수는 우리 헌법 제1조가 천명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길이다. 현행 우리 헌법 제1조 2항은 주권자로서의 국민과 통치행위의 정당성 부여자로서의 국민을 호명하여 국민주권의 이상을 담고 있지만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 국민은 부재한다.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 다양한 국민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하는 헌법적 규범의 신설이 요구된다. 남녀동수의 실현은 국민주권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은 여성과 남성의 집합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녀동수의 날’ 제정에 모아진 에너지는 “국가는 선출직 선거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한다”는 헌법 제1조 3항의 신설을 위한 헌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국민주권은 거짓 민주주의이자 위선일 뿐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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