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군벌 출동이 계속되면서 외국인들 뿐만아니라 수단 내국인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차례 내전을 겪은 수단이 한때 동맹이었던 두 군벌의 충돌이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두 군부의 유혈충돌로 지금까지 500명 이상이 숨지고 4000여명이 부상했다.

◆ '유혈 충돌' 수단, 72시간 휴전 연장…사망자 500명 넘어

[하르툼=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 시내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수단 정부군과 반군이 합의한 24시간의 휴전이 결렬된 후 교전이 이어지면서 수단 국민은 식량과 연료를 비롯한 기초 생필품이 거의 동나고 의료 시스템마저 붕괴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겪고 있다고 유엔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이 보고했다.
[하르툼=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 시내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수단 정부군과 반군이 합의한 24시간의 휴전이 결렬된 후 교전이 이어지면서 수단 국민은 식량과 연료를 비롯한 기초 생필품이 거의 동나고 의료 시스템마저 붕괴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겪고 있다고 유엔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이 보고했다.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27일(현지시각) 휴전을 72시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과 반군은 지난 25일부터 72시간이 지난 이날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수단 정부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72시간 동안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며 "새로운 휴전은 기존 휴전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반란군이 이번에는 휴전을 깨지 않고 필요 조건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군 RSF도 성명을 통해 "금요일 0시부터 72시간 동안 휴전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미국의 중재로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휴전에 돌입, 수도 하르툼과 인근 도시에서의 무력충돌은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유혈 분쟁이 이어졌던 서부 다르푸르 지역 등에선 여전히 충돌이 계속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BBC는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군벌 간 무력 충돌로 현재까지 사망자가 512명을 넘었으며 부상자는 420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도와 인근 지역 병원 3분의 2 이상이 현재 '서비스 중단'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 사상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정부군과 맞장뜨는 신속지원군

정부군과 충돌을 일으킨 신속지원군의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트위터
정부군과 충돌을 일으킨 신속지원군의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트위터

2021년 10월 쿠데타 이후 수단은 분쟁의 중심에 있는 두 장군이 이끌고 있다.

압둘 파타 알-부르한 장군, 군대의 수장이자 사실상 국가의 대통령이다. 그의 부관이자 신속지원군((RSF, Rapid Support Forces) 지도자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헤메드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민간 통치를 놓고 의견차이를 보여왔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1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진 신속지원군과 정부군과의 통합 문제였다. 또 누가 통합군을 이끌 것인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10만 명의 RSF를 군대에 포함시키고 누가 새로운 군대를 이끌 것인지에 대한 계획에 대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수단국의 7대 대통령이자 독재자로 360만명 이상을 학살한  오마르 알 바시르 전 지도자를 축출하기 위해 뭉쳤지만,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오랜 기간 이견이 있었다.

RSF가 전국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군은 이례적으로 이번 동원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수단 정부군은 전환이 2년 이내에 이뤄지기를 원했지만 RSF는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맞섰다.

12월에 합의된 기본 협정의 핵심 조건으로 권력을 민간에게 이양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도 4월 1일에 체결될 예정이었던 협정도 합의 실패로 인해 미뤄졌다.

충돌이 시작된 이후 양측은 대통령궁, 공항, 공군기지 등 전략적 위치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버한 장군은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나라를 회복시키고 공정하다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RSF는 또한 "우리 국민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아비 아흐메드 총리와 함께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정부군의 수장이자 사실상 대통령인 압둘 파타 알-부르한 장군 ⓒ트위터
아비 아흐메드 총리와 함께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정부군의 수장이자 사실상 대통령인 압둘 파타 알-부르한 장군 ⓒ트위터

2019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의 30년 철권통치를 종식시켰던 옛 동지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Rapid Support Forces)은 2021년 10월 쿠데타를 일으킨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 주도의 군부에 반기를 들고 충돌을 일으켰다.

신속지원군은 30만명의 사망자와 250만명의 난민을 유발한 다르푸르 내전에서 정부군을 위해 싸운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알바시르 당시 수단은 2013년 4월 다르푸르와 남 코르도판, 블루나일주 등의 무장세력이 '수단 혁명 전선'을 결성해 공격을 감행하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잔자위드를 기반으로 같은 해 8월 RSF를 출범시켰다. 지휘권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안보원(NISS)에 있었다.

잔자위드를 계승한 RSF는 다르푸르의 무장세력 진압은 물론 민주화 시위 국면에서도 군부를 지원하며 학살과 방화, 성폭행 등 잔혹 행위로 악명을 떨쳤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RSF의 활동이 반인권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르푸르의 아랍계 베두인 부족 리지가트 출신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50) 장군이 이끄는 RSF는 초기 대략 5천∼6천명 선의 병력으로 출범했지만, 이후 급속도로 세력을 키워 현재는 병력이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단 내전에도 러시아 '와그너 용병' 그림자

러시아 용병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디오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텔레그램
러시아 용병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디오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텔레그램

무력충돌을 일으킨 두 군사집단에게 축출당한 수단의 전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는 2017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BBC는 오마르 알 바시르가 러시아 정부와 일련의 거래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홍해의 포트수단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협정과 함께 러시아 기업 M인베스트(M Invest)와 수단 광물부 간의 금 채굴에 관한 양해각서가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엠인베스트와 자회사인 메로골드가 아프리카 3위 금 생산국인 수단의 바그너그룹 활동의 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은 2020년 당시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그의 네트워크가 수단의 천연자원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착취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악의적인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M인베스트와 메로는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CNN의 따르면 수단에서 생산된 금은 와그너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육로로 운송됐으나 수단의 공식 무역 자료에는 수출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군 공항망을 통해 상당량의 금이 밀반출되기도 했다.

러시아와 국제 정보원들은 지난 2017년부터 러시아 용병들이 수단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BBC는 이 이미지들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않았지만 사진들은 수단 군인들을 훈련시키거나 보안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것을 돕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와그너 용병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은 지난 2021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바그너 최고 사령관이 2년 전 열린 기념식에서 수단 군인들에게 기념품을 수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2022년 7월 이 채널은 바그너 용병들이 수단군을 위해 낙하산 착륙 훈련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을 배포했다.

같은 출처는 익명의 러시아 용병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링크돼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칭하며 2021년 8월과 10월 게시물에 수단에서의 그의 공적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2020년 와그너의 홍보영상에는 수단은 용병들이 활동하는 국가 중 하나로 등장했다.

미 재무부는 와그너 용병 그룹이 "준군사작전, 권위주의 정권 보존 지원, 천연자원 개발"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2018년 100여명이 수단 군인들을 훈련시켰으나 최근에는 500명으로 늘었다고 수단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수단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 국경과 가까운 엄다푸크 인근 남서쪽에 주둔하고 있다.

수단 트리뷴은 바시르 대통령이 2019년 민중 시위에 직면했을 때 수단 정보 및 보안 기관과 함께 반정부 시위를 감시하기 위해 '러시아 전투기'를 배치했다고 보도했지만 수단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와그너 용병은 신속지원군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최근 외교 소식통의 증언과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와그너 그룹이 수단 정부군에 맞서 신속지원군(RSF)에 미사일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와그너 용병은 바시르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수단에 진출했으나 바시르가 축출된 뒤에는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에게 지지를 돌렸다.

와그너용병이  현재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규군과 싸우고 있는 신속지원군(RSF)과의 연계를 맺은 것은 2021년과 2022년이었다.

프리고진 씨는 헤메디로 널리 알려진 RSF의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최근 획득한 광산을 통해 더 많은 금을 조달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헤메디는 지난해 수단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러나 와그너 용병이 현재 정규군과 반둔 어느 쪽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 독립하자 마자 시작된 수단 내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아프리카 수단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교민들이 24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제공
무력 충돌이 벌어진 아프리카 수단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교민들이 24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제공

수단은 면적이 190만㎢에 이르는 큰 나라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세번째로 넓은 나라이자 세계에서 16번째로 넓은 나라이다. 아프리카 북동부 드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다르푸르라는 지역의 면적이 해도 면적이 50만㎢, 한국의 5배다.  이 다르푸르는 대표적인 분쟁지역 이었다.

사하라사막이 커지고 목초지가 줄어들자 아랍계 무슬림 유목민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아프리카계 농경민들과 충돌했고, 중앙정부의 묵인과 방조 혹은 지원 속에 무장 집단을 만들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쫓아냈다. 2003년부터 10년 넘게 세계의 ‘인도적 재앙’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분쟁이었던 ‘다르푸르 사태’다.

아랍계 유목민들은 1980년대부터 ‘잔자위드’라는 무장 집단을 만들어 약탈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학살과 납치와 노예 매매가 횡행했다. 300만명이 난민이 됐고 3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알제리와 콩고민주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세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진 수단은 홍해를 사이에 두고 아라비아반도와 마주 보고 있다. 인구 4800만명 중 70%는 아랍계이고 나머지는 베자족, 누바족, 푸르족 등의 아프리카계다. 

50억 배럴로 추정되는 원유로부터 얻어진 수익은 독재자들이 독식했다.

1989년 집권한 알바시르는 비무슬림 주민들을 탄압하고, 체제에 반대하는 이들을 구금하고 고문하고 학살했다. 그의 집권기에 30만~40만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실질국내총생산(GDP)이 4000달러(약 530만원)에도 못 미치는 세계 최빈국이며 2021년엔 물가상승률이 380%를 기록했다. 성인 인구 40%는 글을 못 읽는다.

1955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수단은 독립하자 마자 내전에 시달렸다. 1955~1972년 1차 내전에 이어 1983~2005년까지 2차 내전을 겪었다.

2019년 8월 헌법이 개정되어 민간인과 군대표가 같은 비율로 참여하는 과도기통치기구가 설치됐고 압달라 함독 총리가 이끄는 군부 민간 통합 정부가 수립됐다. 2021년 10월 압델 파타 알부르한 육군참모총장과 신속지원군 (RSF)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가 다시 쿠데타를 감행했으며 알부르한이 정부를 장악했다.

알부르한 정부는 2023년 민간 주도 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하기로 하고 신속지원군을 수단 정부군에 통합하려고 시도했으나 신속지원군 사령관 함단 다갈로가 신속지원군의 통합 일정과 이후 지휘체계에 대하여 반발하면서 2월 들어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외신들은 한때 동맹이었던 두 군벌의 싸움이 3차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랍계 방송 알자지라는 오랜 기간 분쟁의 대명사였던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새로운 내전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무장을 시작했고, 주민들과 인도주의 단체들은 신속 지원군 뿐만아니라 경쟁 부족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방어군을 조직했다.

AP통신도 다르푸르에서 27일(현지시각) 무장괴한들이 서로 싸우고 상점과 집을 약탈하는 등 주요 도시를 휩쓸고 있다고 주민들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충돌은 권력투쟁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수단 최고위 장성 2명 사이의 3일간의 휴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내전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교민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국민들은 수단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휴전이 연장된 뒤 각국은 자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수단을 떠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수도 하트룸에서 충돌이 격화되면서 물과 식량, 연료 공급 부족으로 주민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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