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 막내려

70여개국 200여명 참가 '최대'... 분쟁문제 해결 '서울선언' 채택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가 주최하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과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이 후원한 '제7차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4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91년 파리대회 이후 격년으로 개최되며 국제사회의 인권현안과 인권보호방안을 논의해 온 이번 대회의 주제는 '분쟁과 대테러 과정에서의 인권보호'.

전 세계 70여개국 국가인권기구 대표들과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모튼 키애룸 ICC 의장,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등 인권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특히 마지막날인 17일에는 분쟁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인권기구들의 역할을 담은 '서울선언'이 채택됐다.

대회 참석한 신혜수·최영애·정진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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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왼쪽)과 정진성 유엔 인권보호증진소위원회 정회원.

'제7차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에는 최영애(53)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 실무단장, 신혜수(54)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 정진성 유엔 인권보호증진소위원회 정회원 등 유엔 산하 또는 국가인권기구에서 활동하는 여성인권전문가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4년간 유엔 인권소위 교체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4월 유엔 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소위 정회원으로 임명된 정진성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신분과 계급에 따른 차별'과 관련해 향후 3년간 네팔,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일본 등지를 방문하며 실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정교수는 “'카스트' 시스템은 인도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반에 폭넓게 고착화돼 있다”면서 “불가촉 천민 여성은 인권유린과 성착취가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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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 2일차 되는 15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열린 분과회의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분쟁의 맥락에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이번 대회를 진두지휘하며 5분과인 '분쟁 맥락에서의 여성의 권리'분과를 만들도록 신혜수 상임위원, 정강자 상임위원과 한 목소리로 주장한 최영애 단장은 여성의 인권 감수성을 강조하며 “이제는 여성이 분쟁의 희생자가 아니라 분쟁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성들은 개인적, 사회적 성차별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개발된 감수성으로 남성들보다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로 인해 분쟁이나 테러의 극복, 예방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죠”

최 단장은 여성이 인권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국제사회의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하거나 인권 실태, 현황 파악 조사에 나서고 분쟁 지역 여성들의 요구를 수렴해 법제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여성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해 온 신혜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 또한 “이제껏 여성은 분쟁해결과 평화재건 과정에서 배제된 채 분쟁의 피해자로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여성의 인권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분쟁 이후의 평화건설과 새로운 정치구조 수립과정에 여성이 참여하는 것은 향후 여성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권익신장과 정책적인 토대 마련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 이번 대회에 참석한 데오그라시아 카윰바 르완다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에 따르면 르완다의 경우 94년 집단살해로 대표되는 인권유린 이후 과도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향상과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여권신장 및 가족부'가 만들어지고 이어 99년 '여권신장 및 여성부', 2001년 '여성정책 및 프로그램의 적용을 조사하는 여성 및 가족부', 2003년 정부 산하 '국립여성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다양한 여성 관련 인권기구들이 생겨나 르완다 내 여성인권 침해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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