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실무형 리더십-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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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에 밀려 푸대접을 받았던 환경문제가 우리 사회의 관심사로 처음 부각된 것은 1970년대 경성세제 하수 오염 사건이었다. 물에 분해되지 않는 경성세제는 강물 위에 거품 막을 형성, 빛과 산소를 차단해 물속 생명을 죽게 했다. 여성 단체들은 경성세제 공장폐쇄를 요구하며 환경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다. 당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으로 환경운동을 주도했던 박영숙(72) 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그때는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도 반체제 운동으로 비쳐져 감옥에 가던 상황이었다”고 회고한다. 몇 년뒤 경성세제 생산은 완전히 중단됐다.

반세기 '공적 어머니' 삶

대한YWCA연합회 대학생 간사로 여성운동을 시작한 박 이사장은 이후 YWCA 총무, 부천경찰서 (권인숙)성고문사건 대책위원장, 여성연합 초대 수석부회장, 평민당 부총재, 평민당 총재권한 대행, 13대 국회의원,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렇듯 다양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내 본업은 환경운동가”라고 자임한다.

환경문제 정책화 매진

국회의원 시절엔 전국 환경문제 신고를 받는 '녹색의 전화'를 개설해 운영하는 한편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국회를 떠난 뒤에도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를 설립해 정책 대안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1999년엔 후배 여성운동가들과 함께 여성환경연대를 만들어 지금까지 60대 으뜸지기를 맡고 있다.

평양이 고향인 박 이사장은 비슷한 또래 여성들이 현모양처를 꿈꾸던 사춘기 시절, “공적인 어머니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 바람대로 박 이사장의 삶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능력보다 늘 무거운 역할을 맡게돼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한 박 이사장은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능력이 뛰어난 선후배, 동료 덕분이었다”며 자신의 공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박 이사장이 자연 환경을 아끼는 마음은 일상 생활에서의 실천으로 나타난다. 그는 지금도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서울로 나올 때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금까지 세탁기,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을 사지 않은 이유도 절약의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겸손과 소박함이 돋보이는 박 이사장을 후배 여성운동가들은 “권위적이지 않다”“실무형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가한다.

“첫사랑을 대하는 열정과 마음으로 일을 한다”는 박 이사장은 후배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늘 이렇게 말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라고.

임현선 기자 sun5@

풀뿌리 지평확장 리더십-김상희 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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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억압받는 여성이다'는 첫 자각이 있었어요. 여성이 우리 사회 성적 억압구조의 기초가 되고 여성의 시각에서 민주화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1975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를 기점으로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여성민우회 김상희(50) 대표는 1976년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할 무렵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 YWCA를 거쳐 현 정대협 신혜수 대표가 간사로 있던 여성유권자연맹에서 1976년부터 청년부로 활동했던 김대표는 1983년 여성평우회를 창립하는데 동참한다.

1987년 해체된 평우회를 기반으로 지식인 청년 중심의 여성운동에서 탈피, 사무직 여성노동자, 빈민 여성, 중산층 주부 등 각 계층 여성을 통합하는 대중적인 운동을 전개해보자는 취지로 한국여성민우회가 창립한다.

“여성운동에 '녹색정신' 접목”

민우회가 환경운동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다. 주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생활재, 농업과 환경을 살리는 친환경적인 생산을 표방하던 민우회 생협운동은 가정폭력, 가족법 개정 등 여성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면서 진행됐다. 1989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반대운동, 1991년 대구 페놀 사태, 1993년 쓰레기 소각장 반대 운동, 작년부터 전개한 북한산 관통 도로 반대운동, 생명공학의 안전성, 윤리성을 확보하는 운동 외에 지역에서 활동하던 민우회 회원들이 생활정치 영역에 뛰어들어 1991년부터 꾸준히 지역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민우회 환경운동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김대표는 과거 여성들이 환경오염, 환경파괴에 대해 남성들보다 감수성이 크고 일상 속에서 환경피해를 체감하는 위치에 있어 여성이 가진 감수성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지만 최근에는 '여성운동의 녹색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운동은 많이 성장하고 정의롭게 분배하자는 성장중심의 운동이었어요. 이제 여성운동도 지구환경의 위기와 그에 대한 감수성, 생태주의적인 철학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올바른 방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진보적인 여성운동은 생태주의와 필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면서 “이제 여성운동이 생태주의적 관점을 갖는 운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민우회가 기여해야한다”고 말하는 김대표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임인숙 기자isim123@

열정과 격려의 리더십-이상영 여성환경연대 상임 으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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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운동가 이상영(45)씨는 전국 풀뿌리 여성 환경 활동가들과 환경 전문가들의 네트워크인 여성환경연대를 99년 창립한 주인공으로 현재까지 대표직인 상임 으뜸지기를 맡고 있다.

“소외계층 환경정책 힘쓸 터”

크리스찬아카데미 자원봉사자로 참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이 으뜸지기는 86년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 창립멤버로 동참하기도 했다. 88∼92년 공해추방운동연합 총무부장,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95년 환경사회정책연구소 자료정보실장으로 활동하는 등 환경운동의 한 길을 걸어 온 환경문제 전문가이다.

그는 “헤게모니를 장악한 남성 중심의 환경조직과는 다른 생명·평화 문화를 지향하는 여성환경연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는 환경 활동가와 후원자를 비롯해 총 50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나름대로 큰 틀을 짜고 일관성 있게 일을 추진한다.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일하고 있다”면서“간사들이 창조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전했다.

이 으뜸지기는 “환경오염으로 생물학적·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더 심각하게 겪게 된다”면서 “기존에 환경부 환경정책 입안을 여성의 관점에서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계급·계층별로 환경 오염에 의한 피해자료를 구축하고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공존의 리더십-박은경 환경과문화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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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58) 환경과문화연구소장은 “환경운동을 여성들이 이끌어 왔다”고 단언한다. 그는 “사회구조상 가족 구성원을 보살펴온 여성이 공존을 말하는 환경운동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2003년 5월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 연례회의에서 13년간 젠더 이슈를 모든 지속가능발전에 넣도록 했다”며 “환경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보장받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현재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호르몬, 유전자조작식품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개발, 여성들이 주가 되는 소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려 한다.

“여성과 환경관계는 필연적”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박 소장이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자기 가족 밖에 모르는 가족 이기주의에 대해 성찰하게 되면서부터. 박 소장은 환경이 공존의 좋은 가르침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조건을 '공존'과 '치열함'이라고 꼽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되 공동체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

인류학자와 환경운동가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학문과 운동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루지 않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박 소장은 YWCA 부회장, 여성환경연대 국제협력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은하 객원기자

작은 실천의 리더십-이정자 녹색미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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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 파괴를 막는 미래지향적 예산이라면, 차관을 얻어서라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미래를 위해 결국 남는 것이다."

이정자(62)녹색미래 공동대표는 70년대 초반까지 <한국일보>와 한국 최초의 주간지 「주간신문」에서 활동했고, 81년 소비자단체협의회 총무, 99년 여성환경연대지도위원을 거쳐 2003년 녹색미래 공동대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나부터 시작한다는 하나하나의 실천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한다.

“친환경 일자리 창출 주력”

"환경운동은 생산, 소비, 유통, 폐기라는 소비자운동과 접목되어야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녹색미래'는 바로 이러한 생활 속의 환경운동단체라고 설명한다. 그는 환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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