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3주기 맞은 미국

공화당, 테러장면 악용 '안보 대통령' 부각

전당대회서 여성평화주의자 '反부시 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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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둔 8월 29일 뉴욕에서는 대규모 '반(反)부시' 시위가 열렸다. 사진 = 뉴욕대 법대 대학원생, 다카유키 야사쿠(矢作隆行)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이후 여론 조사 결과, 부시가 케리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우세한 공화당 전당대회의 결과라는 견해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 등 미국내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새 1000명을 넘은 미군 사망자 수가 미국의 여론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지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공화당은 정치적 목적으로 9.11이 일어난 뉴욕을 전당대회 장소로 선택했고 정당대회 내내 '미국의 안보'와 부시의 이미지를 결부시키며 9.11의 충격적인 기억을 되새겼다. 전당대회 연단에는 당시 비행기 탑승객의 아내와 사망한 소방관의 아내 등이 등장해 이들의 슬픔을 부시에 대한 지지로 연결시키는 연설을 했다

로라 부시는 8월 31일 매디슨 스퀘어 공원 연설에서 “지금은 강하고 결단력있는 리더를 요구한다”며 부시의 노력은 “모든 어린이들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자랄 수 있게 하기 위해 테러를 척결하고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프간 여성에 대해서 “탈레반에 의해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던 여성들이 일터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이라크와 아프간은 자유 국가를 건설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며 이것은 오랜 기간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전에서 아들은 잃은 평화운동가 페르난도 수아레즈는 로라 부시의 연설 도중 “부시는 거짓말했다. 내 아들이 죽었다”는 표지를 들어 퇴장 당했다고 전해진다. 또 여성평화활동가 조디 에반스는 9월 2일 부시의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부시를 해고하라! 지금 여성들은 군대를 돌려보내라고 말하고 있다”고 쓴 분홍 슬립을 입고 있다가 퇴장 당했다.

반전평화 여성활동단체인 코드핑크(CODEPINK: Women for Peace)는 공화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공화당은 9?11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이용하고자 뉴욕을 전당대회(Republican Convention) 장소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한 실수이다. 미국 전역의 시민들이 '대항의 전당대회(Counter Convention)'를 준비했다.”

전당대회 밖에서는 대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세계는 부시의 정책에 반대한다(The World Says No to the Bush Agenda)'는 모토를 중심으로 29일에 시작된 시위는 평화와정의연합(United for Peace and Justice)에 의해 조직되었다. 시위현장을 사진에 담은 뉴욕대 법대 대학원생 타카유키 야사꾸(矢作隆行, Takayuki Yasaku)는 “반전이 시위의 주요 부분이었다. 글로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 시위에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여성 시위대는 FMF(Feminist Majority), NOW(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들, 평화를 위한 할머니들, 행동하는 어머니들, 평화와 자유를 위한 국제여성연맹, 낙태2000뉴욕, 페미니스트 평화네트워크 등에 의해 후원되었다. 28일 11시에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음을 알리기 위해 낙태선택론자(pro-choice)의 시위가 있었고, 29일 4시에는 퀴어와 트렌스 단체가 '입맞춤' 행진을 마련했다. 30일에는 여성들이 센트럴 파크에서 모여 분홍색의 대형 자유여신상을 만들었다. 9월 1일에는 전세계 여성, 노동자, 소수자, 유색인종 및 전쟁에 관한 '부시의 정책을 중단하라'는 NOW의 시위가 벌어졌다.

대규모 시위 군중 중 1400명 정도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다. 8일자 크리스챤 싸이언스 모니터는 강경진압이 쟁점화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기 위해 플라스틱 네트를 사용했고, 장기간 구금하였으며, 시위와 무관한 사람을 체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법정 소송이 고려되고 있다.

공화당은 9.11의 기억을 안보의 메시지로 구성하여 부시의 재선을 돕고 있다. 이러한 선거의 정치적 연출은 미국민들이 '피해자'로 느꼈던 당시의 충격을 매순간 복원해낸다. 알카에다의 과격행위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을 '자기방위'의 형태로 인식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일상 곳곳에 남아있는 불안함은 미국 사회를 한 단계 퇴보시키고 있다. 한 미국인은 인터뷰에서 “9.11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아이를 낳거나, 결혼을 하는 등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큰 일이 벌어진 후 나타나는 미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부시는 '결혼'을 권장하고 '가족'의 신성한 가치를 강조하며 동성애 결혼을 불법화시키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 동안 보여준 여성 시위참가자의 모습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부시가 구사하고 있는 '정상 이데올로기'로의 후퇴를 경고하고 있다.

민최지원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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