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호정 정의당 의원
타투합법화 위해 직접 타투 새겨
내년 총선서 경기 분당갑 출마
“노동시간 개편, 과로사 조정법”
임기 내 비동의 강간죄 도입,
포괄임금제 폐지 목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 ⓒ홍수형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 ⓒ홍수형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은 최근 자신의 왼쪽 팔에 새긴 타투를 흔쾌히 보여줬다. 숫자 ‘42299’. 타투노동자의 직업분류 코드를 새긴 것. 타투업이 합법화되면 타투를 새기겠다고 말했던 류 의원은 “타투 합법화 법안을 낼 때 많은 관심이 있었고 합법화 여론도 상당히 모였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법안 토론이 시작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이제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좀 더 노력하지 않으면 또 임기 만료로 폐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42299’를 새긴 이유는 고용노동부에서 직업 분류 코드 부여했고, 재판부에선 작년에 1심이지만 무죄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입법부만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삼권 분단의 사태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류 의원은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해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과 토론했다. 그는 “총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는 한 그저 ‘과로사 조장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노동시간 개편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괄임금제 폐지나 휴가 사용에 관한 개선안도 내겠다지만 노동환경을 개선할 의지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저 주 60시간제에 대한 불만이 커서 무마하기 위한 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사례를 들며 탄력근로를 확대하려고 하는데 애초에 우리나라는 총 노동시간이 OECD 최하위권인데 (다른 나라와)똑같이 바라보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서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할 예정인 류 의원은 “분당은 제가 취업하면서부터 살기 시작했고 내년이면 거의 10년째 살고 있다”며 “요즘엔 저처럼 고향을 떠나와서 다른 도시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당을 다들 ‘부자 도시’라고 생각하는데 저처럼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사는 1인 가구가 많다”며 “자녀 교육을 위해 분당에 오시는 분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분들 등 다양한 분당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류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류호정 정의당 의원 ⓒ홍수형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 ⓒ홍수형 기자

- 자신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성남 분당갑)과 비교한다면.

“저는 IT 업계 여성 청년 노동자 출신인데 안 의원님은 IT 업계인 것만 같고 다 반대입니다. 중년 남성 사용자 출신이시죠. 기업인 출신인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들이 내년 총선을 지켜보시는 국민의 관전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제가 분당에서 또래 청년들과 소통하면 분당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보다 현재 중앙 정치가 시끄러우니 ‘이제 좋은 정치를 해달라’,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말씀하십니다.”

- ‘원피스 걔’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현안이 있으면 시각화해서 전달할 수 있도록 홍보팀 회의를 따로 합니다. 왜냐하면 1분 쇼츠를 넘어서 일곱 글자 공약(여성가족부 폐지)과 같은 직관적인 방식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서 직관적인 이미지를 잘 활용하는 것도 정치인의 역량인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 정치는 의제를 널리 알릴 수 있고 그 의제에 자기 삶이 달린 분들의 문제도 빨리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해 5월부터 원내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언제 브리핑하게 될지 모르니까 항상 대기 상태로 지냅니다. 브리핑할 때는 정의당의 입장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기사도 더 꼼꼼히 읽고 있습니다. 저의 입장이 당의 입장으로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전할 때는 항상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붙입니다.”

- 주목하고 있는 현안은 무엇입니까?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논쟁한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근로 시간 제도로 인해 촉발된 ‘포괄임금제’ 폐지입니다. 두 법안 모두 제가 대표발의했습니다. 비동의 강간죄는 정의당의 6대 입법 과제 중 하나로 정해져서 제가 발의했습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제 1호 공약입니다. 하지만 요즘 거대양당이 민생 현안보다는 정치적 싸움에 몰두하고 있어서 우선순위에 밀리는 것 같습니다. 올해 공론장에서 두 주제에 관해 토론할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잘 활용하려고 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대정부질문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미 정치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한 협치가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사람 간의 대화를 했을 뿐인데 집중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칭찬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았는데 매우 많은 매체로부터 과도한 칭찬을 받으니까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구나’라는 생각이 한켠에 들었습니다. 사실 내용을 기억하시기보단 대화하는 모습에 주목해주셨기 때문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정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20대 청년 노동자로서 겪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입당하고 정치에 참여하다 보니 국회의원까지 된 것이죠. 월세 문제나 포괄임금제 폐지 문제도 제가 게임 업계에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발의한 법안들은 제가 직접 문제라고 느끼고 있던 것들입니다. 타투업 합법화와 같은 경우는 당시 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선전홍보부장이었는데 타투이스트들이 노동조합 설립 상담을 받으러 오셨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함께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시작했습니다. 식상하지만 좋은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정치가 뭔가 해낼 수 없다는 인식이 짙은 가운데 정치 세력화에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해결책을 도출해서 정치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여성 청년 정치인 당사자로 바라본 국회의 모습은.

“사회랑 똑같습니다. 사회에 어떤 편견이 있다면 국회에도 있다는 뜻이죠. 어떤 부분은 국회가 더 느리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국회에서 원피스를 입었을 때 난리 났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다양한 시민들이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것이 당연한 날이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받은 이 질문도 없어지겠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평균값이랑 너무 멉니다. 저는 80% 이상이 남성이고 55세가 평균 나이인 이곳에서 낯선 사람이 됩니다. 정치에서 낯섦이 일상이 되길 바랍니다.”

- 성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합니까?

“국회가 변한다는 뜻은 사실 거대양당이 변한다는 뜻입니다. 제도가 없더라도 양당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면 되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가 보통 국회의원 구성에서 여성 비율이 낮으니 여성 의원 할당제를 하자고 얘기합니다. 여성 할당제까지 가지 않아도 90% 이상의 의석을 가진 거대양당이 공천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결단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보좌진 성비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은

1992년 경상남도 창원 출신으로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게임 회사인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해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선전홍보부장을 거쳤다. 정의당에서는 성남시위원회 부위원장, 경기도당 여성위원장,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등을 지냈다. 제21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원내대변인,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